데니스 루헤인의 신작입니다.
그의 작품에 대한 기억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스틱 리버>라는 영화에서 시작됩니다. 동림(EastWood)옹의 영화를 워낙 좋아하던 터라 당연히 보게된 이 영화는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넘어서는 그 어딘가에 닿아있는 작품이었고, 엔딩타이틀에 올라오는 원작소설에 대한 정보를 보고는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원작의 두터운 문장의 힘과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훨씬 영화보다 대단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얼마 후 보게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도 그 원작자가 데니스 루헤인임을 알고는 도서관에서 그의 소설들을 모조리 대출해왔던 기억도 납니다. 한동안 빠져(?) 있었던 듯 합니다. 그 암울하지만 다층적인 이야기 플롯과 생생한 인물들을 축조해내는 방식이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곤 잊혀졌습니다.
다시 만난 그의 소설 <작은 자비들>은 1974년의 극심한 인종차별과 대립의 장소, 미국 보스턴 남부로 독자들을 데리고 갑니다. 이야기의 도입부와 한동안은 심드렁한 채로 흘러가지만, 이내 인물들이 명쾌하게 살아나고 주변부의 사건들과 만나며 날카로운 금속음 같은 소리들을 문장으로 뿜어내기 시작하면 의자의 등받이에서 등을 떼게 만드는 이야기의 코어가 시작됩니다.
싱글맘인 메리 패트의 개인적 복수와 시대적 분노와 대립이 얽히면서 만들어 내는 그 금속음은, 이전의 데니스 루헤인의 범죄소설과는 태도가 다른 온건한 스릴러의 느낌을 받습니다. 큰 두개의 이야기의 물줄기가 어느새 합류하며, 커다란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은 작가의 여전함을 느끼게 하지만 뭔가 달라진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세월에 철이 든 걸까요?
보스턴 법원이 내놓은 버스 버싱이라는 해법을 대하는 흑인 vs. 백인 이라는 표면적으로 대립하는 사람들의 모습 위로 오버랩되는 메리 패트의 종횡무진하는 복수의 여정 그리고 흑인청년 살인사건의 미스터리가 종장을 향해갈 수록 섬세한 입체의 팝업카드처럼 도드라지며 합종연횡하고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루헤인의 이야기의 습관처럼 마지막은 모래사막을 걷는 입 속 같이 까슬하고 착찹합니다.
그렇게 실로 오랜만에 그의 신작, <작은 자비들>을 만났고 반가운 재회임에 틀림이 없는 만남이었습니다.
“가장 좋았을 때와 가장 안 좋았을 때를 넘나드는 모 든 순간, 내동댕이쳐진 꿈들과 놀라운 기쁨들, 작은 비극들과 사소 한 기적들에 대해서도."
- <작은 자비들>의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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