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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ction05님의 서재
  •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 르 코르뷔지에
  • 19,800원 (10%1,100)
  • 2024-10-30
  • : 1,235

“건축은 이성과 시가 공존하며, 지혜와 기획이 연합하는 분야다.”

- p.17

 

르코르뷔지에의 문장에 담긴 생각들을 읽노라면, 건축가 혹은 건축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이 책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는 스위스 태생, 프랑스 건축가의 시선으로 1930년대 뉴욕을 바라본 일종의 기행문이라 여기고 그 여행길을 따라 가노라니 건축 비판은 기본이고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문화와 경제 등 사회전반을 그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이 건축가, 아니 그의 인생 이면에 대한 호기심이 읽은 페이지가 쌓일수록 깊어져만 갔습니다.

 

“여기서 나는 데카르트적 마천루의 진정한 화려함을 환기시키고 싶다. 각 사무실에서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더 많은 공간으로 이어지는, 기운을 북돋우고 격려하는 빛나는 광경을. 공간! 그것은 인간의 열망에 대한 반응, 폐의 호흡과 심장박동을 위한 이완이며, 높은 곳에서 저 멀리 무한하고 광활한 것을 바라보는 자아의 분출이다.”

- p.103

 

또 어느 문장들에선 건축물을 통해 인간 오장육부를 들어내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철학적 사색을 시적인 감각으로 문장화해내기도 합니다. 정말로 전방위적으로 두꺼운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그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까지 이르게 하는 르코르뷔지에.

그를 처음 안 것은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다가 들렀던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였습니다. 미술관의 컬렉션도 흥미로웠지만, 건물의 담백하고 효율적인 디자인에 마음이 갔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의 설계를 담당한 이가 다름 아닌 르코르뷔지에 였습니다. 그래서 도쿄를 들르게 되면 거의 매번 이곳을 들러서 전시 뿐아니라 건물의 안팍을 둘러보는 재미를 누리곤 했습니다. 그리고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바이센호프도 그 덕분에 찾아간 경우였습니다.

“게다가 뉴욕은 마천루의 도시, 서 있는 도시인 맨해튼이라는 또 다른 재앙, 그 환상적인 재앙 때문에 매혹적이다.”

- p.152

 

세계의 여러 도시들이 가진 랜드마크는 대부분 고층빌딩일겁니다. 우리나라는 예전의 63빌딩이더니 이제는 잠실롯데타워가, 타이베이는 101타워, 뉴욕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두바이는 부르즈 할리파 등.

물론 당연히 눈에 띄고 그렇게 올리는 시대별 인간의 세워올린 과학기술을 대변하는 그 마천루가 남긴 어두운 그림자도 공존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도 늘 느껴왔던 바, 이 책에서 르코르뷔지에도 간파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환상적인 재앙을 마주한 감동 또한 놓치지 않습니다. 모든 면에는 그렇게 양면이 있습니다.

 

“판결이 났다. 건설적인 제안을 하여 도시 지역 재건, 농촌 활성화라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축하자.”

- p.302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형인 도시의 팽창과 지역의 소멸은, 100여 년 전의 도시들에서도 이슈였다니 참 이상한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르코르뷔지에의 문제 제기와 해법 제안은 영원히 해결불가의 난제인건가 싶어집니다. 여전히 도시라는 비효율과 낭비의 공간을 여전히 누군가는 뼈 빠지게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을 테지만 말입니다. ‘엄청난 낭비’의 도시에 제안된 ‘빛나는 도시’ 개념은 아직도 미완인 채로 우리 도시인들은 24시간도 부족한 하루하루를 그저 그렇게 살아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르코르뷔지에의 생각들의 파편들을 만나고 나니 그 많은 필요와 사정과 요소들을 판단하고 제어해서 재조합하는 건축이 어쩌면 이렇게나 오지라퍼인 그에게 제일 적합한 수단이자 자리였겠구나 하는 자체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도시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는 어떻게 앞으로 변모해갈지 우려와 기대로 바라볼 발판 정도를 마련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 독특한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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