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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ction05님의 서재
  • 요괴사설 :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 김봉석 외
  • 15,300원 (10%850)
  • 2024-09-30
  • : 273

납량특집이니 호러무비는 여름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보고 기억을 떠올려봐도, 무서운 이야기의 계절은 밤이 길어지는 늦가을과 겨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외가댁에서 듣고야마는 귀신 이야기는 매번 들어도 그 소름끼치는 포인트는 이야기가 끝나고 현실과 대면할 때 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구름에 달빛이 가리워지는 그 순간, 저녁에 많이 마신 식혜 때문에 모두 잠든 밤에 마당을 가로질러 홀로 화장실에 가야하는 그 순간, 푸세식 화장실의 그 아득하니 깊지만 무언가가 어른거리는 것만 같은 그 순간... 무서운 이야기는 그렇게 이야기의 잔상이 머리에 남아있는 채 현실에 발을 디딘 나 자신을 의식할 때였습니다.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 지어낸 그 이야기가 어쩌면 내 이야기면 어쩌지 하는 그 순간 말입니다.

 

“이 문장을 읽고 있다면 이미 늦었다. 이제 이것은 당신의 이야기다.”

- p.55 <무시소리 이야기> 中

 

여섯 명의 작가들이 자신들만의 목소리로 담백한 문장으로 길어 올리는 이야기들의 면면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자꾸만 글자들이 단어들이 되고, 그렇게 모여진 문장들이 이야기로 변하는 그 순간들은, 끝나자마자 읽는 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독자 스스로의 존재를 의식하며 몰려드는 공포를 십분 이용해서 역으로 공격하는 타격감들이 쟁쟁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모아놓다니.

 

“시스템이 아니라... 괴물이잖아....”

- p.239 <그렘린 시스템> 中

 

일상의 막연한 무언가가 섬뜩한 공포의 대상이 되는 이야기는, 어릴 적 TV에서 즐겨봤었던 <환상특급>이라는 미국 시리즈물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몇몇 장면은 아직도 떠오르는 잘 만들어진 시리즈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환상특급>이 계속 오버랩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공포는, 그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무렇지 않던 일상이 변모해서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해서, 그렇게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반복되는 사건사고의 이면에 어쩌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를 초현실적인 존재에 대해서 대면하는 미지와 무지가 만들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청자의 생각과 마음을 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책 <요괴사설>은 반가운 유년의 무서운 이야기의 재현이면서 TV에서 방영되던 <환상특급>의 소설판이면서 또 영상물로 만들어서 그 상상력의 끝 모를 팽창으로 다시 마주하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싶었습니다.

 

“제 몸에서 저의 욕망을 먹고 자라는 거죠. 우린 그것들을 몸에 새김으로 더는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게 되었어요.”

- p.280 <문신> 中

 

무서운 이야기. 그 대면하기 싫은 상상력은 또 그렇게 무의식 속 공포에의 욕망을 부추기고 또 부추겨서 또 다른 이야기들로 각색되고 편집되어 누군가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의 ‘누군가’가 꼭 사람이라는 법은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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