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function05님의 서재
  •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 우이룽
  • 15,210원 (10%840)
  • 2024-10-22
  • : 2,772

“저는 역사 교사이지, 역사학자가 아닙니다. 역사학자는 관심 있는 분야를 세밀하고 전문적으로 연구하지만, 역사 교사는 사람들에게 역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역사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 p.15 ‘머리말’中

이 책은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역사학자의 집요하고 깊이 있는 특정 시기나 분야, 인물에 대해 톺아보는 역사서 라기 보다는, 현직 중학교 역사 교사가 독자들에게 교실에서 제자들에게 수업하듯 대만의 400년을 훑어내는 모양을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독자의 선험적 데이터에 따라 지루하고 삭막한 국사 수업시간의 추억을 보유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비교적 흥미롭고 즐겁게 국사 수업을 경험한 저는 이 책의 이런 태도가 무척 흥미로웠고 읽어내는 내내 정말 교실의 한구석에 자리하고 앉아서 완전 집중해서 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거의 단숨에 완독했습니다.

수업의 시작은 훨씬 옛날 옛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다우족, 베이난족, 쩌우족의 신화를 통해 대만이 발딛고 있는 땅의 시작부터 들려주는데 이게 꽤 흥미진진합니다. 황당무계하지만 이게 또 데자뷰도 느껴지고 그 땅만이 지니는 고유성을 생각하게도 해주니 제법 괜찮은 시작인 셈입니다.

책은 시기별로 선사시대부터 반청항쟁기까지, 청나라 통치 시대, 일본 통치 시대, 중화민국 시대, 이렇게 4부로 구성되어있고, 이슈별로 장으로 묶어내고 있습니다.

“핑푸족은 청나라의 글과 법을 몰라 한족에게 완전히 놀아나고 있습니다. 한족의 관리, 투기꾼, 상인 들이 순진무구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이런 악랄한 사기 행각에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 p.119, 원주민 핑푸족에 대한 청의 약탈과 사기에 대한 조지 레슬리 맥케이 선교사의 분노

한반도의 상황과 다르지 않게, 대만의 역사도 주변 열강들이 넘보는 대상이었고, 당연하게도 청나라와 일본에 의한 통치시대를 거치게 됩니다. 이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고 무자비로 약탈하고 각자의 이익대로 나눠가진 열강들의 역사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바라보는 현재의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서있는 지평에 따라 또 다르게 보여지기도 합니다. 대만에 경우도 다르지 않고, 여전히 내부적으로 논쟁의 소지가 있는 듯합니다.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를 바라보는 뉴라이트적 시각이 득세(?)하는 작금의 상황이 떠올라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쯤 원주민의 시선으로 이 사건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개산이 아닌 침략, 무번이 아닌 토벌, 번해나 번란이 아니라 원주민이 자기 땅을 지키려고 벌인 신성한 전쟁이었다고 말입니다. 역사를 공부할 때 다양한 민족의 다원화된 역사관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부디 대만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다양한 민족이 겪었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길 바랍니다.”
- p.126

개인적으로는 중학생 시절, 금기시 되고 이야기되길 쉬쉬하던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들려주던 국사 선생님을 기억합니다. 제주4.3과 광주항쟁, 베트남전에서 저지른 한국 군인들의 만행 등. 지금은 정리되거나 진행 중인, 사과가 이루어지기도 했던 역사적 아픔과 어두운 부분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열어주려 했던 그 선생님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지정학적 위태로운 위치와 한때 수출대국의 명성이 지금은 시들해진 듯도 하지만, 여전히 TSMC의 반도체 그리고 대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엔비디아는 다시금 대만의 힘을 기억하게 하는 현재진행형의 증거다 싶습니다. 그리고 냉전시대를 지나 작금의 신냉전 시대를 통과하며 외교정책과 유연하고 막강한 문화선점으로 세계 선진국 진입을 노려왔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위치를 돌아보기 위해서, 대만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유의미하다 싶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은 흥미롭게 대만을 만나보는 에피타이저로 꽤나 괜찮은 선택이 될 듯합니다.

미식과 쇼핑을 위해 찾는 대만 여행 전에 그 나라의 실체를 이해하고 방문한다면 여행의 재미도 배가 될 듯 하고.

그나저나, 조만간 대만 여행이나 출장, 일정 잡아봐야겠습니다.

#드디어만나는대만사수업 #우이룽 #박소정옮김 #현대지성
#대만 #대만역사 #대만사 #타이페이 #역사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