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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ction05님의 서재
  • 와일드
  • 셰릴 스트레이드
  • 19,800원 (10%1,100)
  • 2024-09-25
  • : 5,450

PCT (Pacific Crest Trail)은 미국 서부 해안을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걷는 4285Km의 트레킹 코스입니다. 이 소설 <와일드>는 작가 본인이 출간 15년 전에 PCT를 실제 완주하며 경험한 일을 놀랍도록 디테일하게 적어내린 여행기이기도 합니다.  


도보여행자들의 커뮤니티에 가끔 들어가보면, 주로(?) 등장하는 도장깨기의 대상이 제주 올레길인데 총 거리 420 여 Km, 그리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 Km, 그런데 PCT는 장장 4285 Km이니 그 거리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그 거리를 도보로 완주한다라... 하루에 평균 25~30 Km를 걷는데, 산길이 대부분이고 눈으로 막히면 우회하기도 하고, 방울뱀과 곰 같은 들짐승을 만나기도 한다는데. 

셰릴은 그렇게 계획한 3개월의 PCT 완주를 위해, 레스토랑에서 돈을 벌어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고 배낭을 채웁니다. 하지만 배낭을 매고 일어나지도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불필요한 것들. 그렇게 스스로의 인생의 가난과 불운과 갈팡질팡을 떠올립니다.  

그저 걷는 듯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인생의 뒤를 돌아보며 걸어가야할 앞을 내다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발에 맞지 앉는 등산화같이 늘 불편했던 관계들, 상황들 같은 자신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그 마저도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고는 절망같은 순간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분노와 포기의 유혹이 동반하는 그런 순간들, 읽어나가는 제 자신의 지난 시간도 오버랩되며 제법 공감되었던 부분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렇게 싸구려 샌들과 테이프로 임시방편해서 다시 걷기를 시작하는 셰릴. 이제 포기하고 절망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또다시 끼어들지 못하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잃어버리고 놓쳐버리고 스스로 내려놓고 버림으로, 오히려 그렇게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가벼워진 채로 남은 길을 걷고 또 걷는 것.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해냅니다.

고달팠던 어린 시절과 고생스런 엄마의 인생과 느닷없는 죽음. 희망같던 가족과 상실, 끝없는 터널 같은 인생에 뭔가 돌파구를 스스로 찾아내지 않으면 안되는 절실함. 어쩌면 그런 힘이 PCT 완주의 힘이자 고개를 쳐들고 앞을 바라보게 하는 스스로 발견한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리즈 워드스푼이 제작하고 주연했던 영화도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문장과 상상을 오가는 원작소설이 주는 감동은 비교할 수 없게 오래도록 마음을 울리고 또 울렸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다른 모든 이의 인생처럼 나의 인생 역시 신비로우면서도 돌이킬 수 없이 고귀하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바로 이것."
  - p.575

책의 원제는 <Wild: From Lost to Found on the Pacific Crest Trail>. 상실감의 저 바닥에 있던 셰릴이 PCT에서의 발견한 것들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감히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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