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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ction05님의 서재
  •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박인성
  • 18,000원 (10%1,000)
  • 2024-08-02
  • : 2,580

“미스터리는 치명적인 사건들 앞에 노출된 우리의 취약성이야말로 우리의 보편적 공통성이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 p.012

미스터리라는 공적 이로움 혹은 기능에 대한 고찰은 그저 흥미를 추구하기 위한 독서라는 독자의 행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이 책, <이유장>의 의미를 높이 사고 싶게만 합니다.
그리기에 비평가로서의 박인성 문학평론가와 함께 기존 미스터리 장르의 결과물들을 여러 측면으로 들여다보고 분석해서 독자들에게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가적 풍모(!)마저 보입니다.

"법에 대한 신뢰가 혼들리는…,또한 법적 진실과 그 사회적 의미가 더 이상 강력한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세계에서, …필연적으로 전혀 다른 정체성의 수수께끼와 씨름하게 된다."
- p.025

미스터리 장르가 그저 뚝 떨어진 창작이 아니라, 창작자 혹은 수용자가 발디딘 현실을 통해 작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끌어와서 설명하는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등은 그렇게 출발점의 시의성과 도착점의 시의성이 묘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장착하게 됨을 말해줍니다. 그런 필연성이 만들어낸 전혀 다른 정체성의 수수께끼와의 씨름, 이것이야 말로 미스터리의 본령이지 싶었습니다.

"이는 미국의 히어로물이 현대적인 자경단 서사, 더 시간을 뒤로 되돌리면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프론티어 신화와 맞물려있다.”
- p.036

그런가 하면 셜록 홈스에서 제임스 본드로, 다시 이단 헌트로 전이되면서 전통적인 탐정이 어떻게 역사의 흐름에 올라타면서 그 외양과 내양이 변화하게 되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사회적 장르’로서의 미스터리를 다루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더불어 냉전시대 이후 미국 중심의 자국 안보로 국한된 소재를 <제임스 본> 시리즈를 통해 한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적을 내세우면서 발전해나가는 과정도 공감할 수 있는 제시였습니다.

“한국 미스터리들이 봉착한 어려움은 멜로드라마와 범죄 심리라는 편리한 두 갈림길 사이에서 ‘와이더닛’의 장르적 물음을 다른 장르적 문법에 손쉽게 위임해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 p.084

한국 미스터리들에 대한 경계를 지나쳐, 그렇게 사회적 장르로의 미스터리를 지나, 오컬트, 역사 미스터리, SF 미스터리, 게임 미스터리를 통과해낸 <이유장>은 마지막 3부에서 K-미스터리에 집중 할애하면서 전에 없던 한국 미스터리 장르의 현재를 작품들 중심으로 자근자근 씹어서 독자들의 소화를 도와줍니다. 아주 맛있게 말이죠.

“시민의 욕망을 대변하며 피해자들의 구원을 수행하는 자경단은 저마다의 법정에서 가해자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법관이 된다. 과연 이 시대에 미스터리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 p.161
<이유장>에서 언급되는 작품들 외에, 최근 개봉, 공개된 <베테랑 2>,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 <비질란테> 같은 결과물들은 이 시대가 직면한 공적으로 동의된 권력과 판단 기구들에 대한 불만이라는 거대 담론이 만들어낸 자경단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류 속에서 미스터리가 독자에게 사회적 책임을 환기해야하는 기능적 책임감을 제시하며, 이로써 책임에 대응하는 응답-가능성으로 풀어내 보입니다.
그리고 황세연과 박소해, 배상민과 정세랑, 정유정과 송시우, 이은영, 홍선주. 반가운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들의 나무들을 헤집고 나아가면 어느새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는 우리나라 미스터리의 숲을 한눈에 조망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 지향의 미래를 응원하는 따스한 마음으로 대단원을 내립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미스터리 장르를 즐기는 가장 순수한 시선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적인 미스터리의 현대적인 이야기는 보이는 그대로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여야 한다.”
- p.249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침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말했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의 재증명과 같은 이 낭보는, 그렇게 우리 미스터리 창작물에도 무한 증식하는 포자처럼 다시금 이 땅을 딛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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