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책은 프라하라는 도시를 소개하는 최유안 작가의 삐끼(?)책입니다. 아마도 어쩌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어느새 달력과 항공.호텔 사이트에 들어가서 체코 프라하로 떠날 날을 고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강력한 마성의 꼬득임을 단단한 문장에 담은 감성으로 펼쳐놓으니 이건 정말 속수무책 지름신의 강림의 현현입니다.
“이 글의 초고 대부분은 2023년 여름에 프라하의 트르지슈테 거리 쇤보른 궁전의 카프카 작업실이 보이는 건물에서 썼다.”
- p.13 프롤로그 中
작가는, 그러니까 프라하의 여름과 그 공간의 공기에다가, 무려 ‘카프카’까지 저며 넣는 초고수의 비법을 써서 이 프라하 여름 낮의 하늘을 닮은 듯한 연한 블루의 갸름한 모양의 책을 독자들의 무심한 마음의 호수에 투척한 것입니다. 카프카라니!
내가 처음 카프카를 만난 건, 아마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저 유명한 <변신>이라는 미스터리 호러 SF 영화 같은 느낌의 소설이 처음이었습니다. 주인공과 비슷한 신세로 잠자리에서 깨어나는 꿈을 예닐곱 번은 꿨던 것 같은 그 소설의 모티브는 참으로 다양하고 여러 장르들을 섭렵하며 비카프카적인 순간에서도 마주하게 되는 마력이 있다 싶은 기억의 중학교 시절을 지나고 그렇게 카프카는 독특한 이름, 앞으로 해도 뒤로 해도 똑같은 이효리 같은, 덕분에 입에는 오래 맴돌았지만 금새 잊혀졌습니다.
그러다가 대학 시절 우연히 시간 죽이느라 들어간 종로의 한 비디오방에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비디오방 사장님이 나름 씨네필이셨음이 분명하지 싶은데, 추천 비디오 중에 <카프카>가 있었고, 너무나도 멋진 제레미 아이언스가 코트자락을 휘날리며 느와르풍 거리를 달려가는 커버에 그만 선택을 했습니다. 이게 무슨 스토리인가 싶게 카프카의 현실과 자신의 소설 속 세계를 오가는 뭐 그런 영화였는데, 이게 또 묘하게 뇌리에 각인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로 그야말로 혜성과 같이 등장했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1991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작품이었고, 젊은 감각과 예술적 치기가 적당히 버물어진 괴작이었다는 평단의 평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나중에 DVD로 구매해서 몇 번이고 다시 봤던, 그렇게 카프카와 그의 작품들과 내적 친밀감을 쌓아갔던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계단은 멈추지 않고, 솟아오르는 너의 발아래에 계속해서 자라날 것이다.”
- p.73
그러니까 이 책에서 최유안 작가는, 체코 프라하를 카프카라는 오브제를 끼얹은 추천 산책코스를 문장이라는 맵으로 정성스레 보여줍니다. 이 속에는 영화 <카프카>와 비슷하게도 카프카의 이야기도, 프라하의 이야기도, 그리고 최유안 작가의 이야기도 길목 마다 도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길을 잃게 내버려두지 않는 작가의 예의 착한 마음씨는 그렇게 독자에게 이정표처럼 시의적절하게 등장하니 걱정은 금물입니다.
“21-14-21. 그가 묻혀 있는 곳에는 색색의 꽃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중략)...그의 묘지 앞에 놓인 벤치에 한 프랑스 남자가 앉아 프랑스어로 된 그의 글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 p.144
“이번에는 집 전체가 아니라 건물 전체의 소음이 오로지 자신의 방으로 집중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웃들에게 단 한 마디 불평도 못 한 채, 그는 자신이 집을 포기하는 쪽을 선택한다.
오, 카프카.”
- p.252
카프카의 작품들은 내겐 불편한 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친절하게 그의 작품과 그의 삶, 그리고 프라하를 잘 한번 걸어볼 마음을 먹게 해주는 친절함에 절여져 있습니다. 맛있는 다섯 산책길을 작가를 따라 걷고 나면, 이제 조금 카프카가 아니라 카프카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니까, 내년에 언제가야 항공권이랑 호텔이 쌀까? 유로화 환율이 요즘 어떻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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