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중동지역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기사들, 감각적으로 무뎌져만 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몇 년째 계속되는 전쟁의 이야기들, 세계 각지에서 들려오는 총기사고, 인신매매, 유색인종 차별 테러, 차별반대 시위 등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는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하루하루를 우리는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현재 서있는 우리나라도 끝없는 증오의 범죄들은 그렇게 크던 작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인터넷과 뉴스의 기사거리로 등장했다가 휘발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인 저자는 40년간의 임상 경험과 500여 명의 범죄자 프로파일링으로 누적된 다양한 사례분석을 통해서, 우리 안에 끝없이 재생산되는 증오에 대한 묵직한 이야기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무형의 감정이자 어떤 태도이자 현상인 ‘증오’를 학문적으로 접근해보겠다는 쉽지 않은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생각을 적어내려간 프롤로그는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위한 꽤나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나는 증오를 증오한다.... (중략) ... 이 짧은 문장은 증오가 아무리 aly하고 복잡한 감정일지라도, 그것에서는 티끌만큼도 긍정적인 측면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 p.008, 프롤로그 中
라인하르트 할러는 그렇게 증오를 응시하기 위해서 총 열다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 다양한 모습의 증오를 보여주고, 서로를 미워하고 서로 파괴하는 인생을 멈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지침까지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몰두해서 읽었던 부분은, 시의적으로 더욱 다가왔던 챕터 12의 ‘디지털 분노-파괴의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 부분이었습니다. 양날의 검과 같이 우리 세대에 등장했던 World Wide Web, 즉 인터넷은 소통과 결속의 강력한 도구이면서, 또 그렇게 우리 스스로를 향하는 칼끝이 되어 처절하고 신랄한 증오의 도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공감 능력을 상실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허약하고 불만스럽기만 하던 자아를 순간이나마 빛나게 할 수 있다는 계산은 명백한 착각이다. 인터넷은 긍정적 공감을 무색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메시지 수신자의 실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목적을 의식하고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커뮤니티는 공감보다 이해타산을 앞세운다.”
- p.228~229
문제들만 계속 변형 양산되는 증오 이슈에는 정말 해답이 없는 건가? 저자는 다각도의 ‘증오로 얼룩져 가는 사회에서 벗어나는 법’을 제시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것이 실현될 수 없는 꿈이라 할지라도, 증오를 극복하는 일은 문명사회의 가장 중요한 지향이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여덟 가지 단계를 제시하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1. 금기를 깨는 솔직한 대화
2. 증오와 그 후유증의 계몽
3. 공격성의 승화
4. 극단적 언어의 순화
5. 창피 주기라는 야만적 행태의 척결
6. 나르시시즘에 물든 사회의 극복
7. 존중의 정립
8. 공감 능력의 장려
이 여덟 가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문장은 여러 종교와 철학에서 비슷하게 이야기되는 하나의 문장,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납을 대접하라.” (성경 中)
그렇게 나 먼저, 우리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증오를 이겨내는 마음, 사랑을 장착해가는 개인과 사회가 되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증오의역습 #모든것을파괴하는어두운열정 #라인하르트할러 #책사람집
#도서제공 #서평단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