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나 지방 출장을 갈라치면 그 지역의 맥주 브루어리를 들러보곤 합니다. 뭐 맥주가 거기서 거기지 할 수도 있고 정말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지역들의 차이와 분위기와 맛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제법 인상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곳 중에는 저 유명한 뮌헨도 있고,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도쿄, 후쿠오카, 강원도 고성, 제주도, 부산의 지역 브루어리에서 갓 뽑은 풍성한 거품의 맥주는 잊지 못할 여행의 추억으로 아직 혀 끝이 쌉쌀해지는 듯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독일 튜틀링겐 근처의 시골마을에서 만난 300년 된 Hirsch 브루어리입니다. 브루어리와 아기자기한 박물관과 식당을 알차게 꾸며놓은 곳이었는데, 그저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분위기였는데 세계 유수의 셀럽들이 기어코 찾아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했습니다. 세계대전 중에도 살아남은 양조기술과 맥주를 대하는 태도는 식당의 접시와 포크, 스푼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곳이 되었습니다. 맥주는 술 그 너머의 이야기들을 담는 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했던 것이 그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목차를 들여다보는 것 만으로도 작가의 다양하고 폭넓은 식견을 가늠케 하기에 충분합니다. 맥주의 역사에서부터 현대 맥주에 이르기까지의 우여곡절, 그리고 맥주의 종류와 한국에서의 맥주와 생소한 맥주들의 이야기까지 한권으로 맥주를 원샷하는 듯 꾹꾹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많은 정보들을 담고 있지만 요리조리 잘 배치된 책의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선물처럼 구석구석 독립적이고 이색적인 정보들을 블러킹해서 숨겨두고 있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만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해외의 다양한 맥주들과 그 뒷얘기들을 두루 섭렵하고 한국 맥주 이야기에 도착하면 심박수는 이내 빨라집니다. 영등포에 처음 생긴 조선맥주부터 오비맥주와 크라운맥주가 어떻게 태어나고 현재에 이르렀고, 또 어떤 다양한 브루어리들이 생겨나서 우리네 입맛을 다양하게 넓혀갔는지를 읽어가노라면 친한 동네 선배로부터 옛 무용담을 듣는 듯 홀딱 빠져버려서 “이모, 여기 생맥 두 잔이요!”를 외치고픈 마음 간절해집니다.
그래서 어쩌면 책의 제목을 “맥주 이야기만 합니다”로 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맛있는 상상하며 홀짝홀짝 읽어내려간 맛있는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니 자, 이제 책을 덥고,
“오 차프트 이스 (O’zapft 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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