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한줄평 :
각박한 우리네 인생과 알게 모르게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타자들을 인식하고 이해할 마중물 같은 이야기!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험은 신비로움이다.
그것은 근본적인 감정이며 진정한 예술과 진정한 과학의 요람이다.
그것을 모르고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고, 그 눈은 흐려져 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책의 시작은 저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아포리즘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책은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저서입니다. 이론물리학으로 우주를, 블랙홀을 거쳐 화이트홀에 이르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과정을 ‘설명’하거나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그러므로 우주를 향한 마음을 준비한다면 카를로 로벨리의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충분한 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블랙홀이나 화이트홀, 우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무쓸모라고 할 수는 없으나, 거의 무쓸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기나 할까 싶은 마음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이렇게 단어와 문장들로 적어내리면서도 문득문득 떠오르긴 합니다만, 역시나 문득 떠올랐다 금새 가라앉고야 마는, 역시나 ‘습관성’ 기우입니다.
물론, 어떤 여행도 그러하겠지만,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나서는 여행 또한 아는 만큼 재미있고 또한 아는 만큼 깊은 사유나 관심의 확장으로 나아갈 여지를 주기는 합니다. 당연하게도 말입니다. 허나 그러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겁고 흥미로운 여행이, 그리고 종종 몇몇 꼭지에서는 모험이라고 할 정도의 경험을 선사하는, 될 수 있습니다. 장담컨대!
“단테 역시 지옥의 문턱에 들어서기도 전에 가장 큰 난관(세 마리의 야수)에 부딪칩니다. 여느 나그네와 마찬가지로 그는 첫 걸음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니까요.”
- p.49
그래서 이 여행에는 뒤러, 단테, 갈릴레오, 아리스토텔레스, 장자, 사포 등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인물들이 깜짝 등장해서 반가움 혹은 의아함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유유히 블랙홀을 거쳐 그 시간이 거꾸로 된 화이트홀에 까지 이르는 서사시에 다름 아닙니다. 그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흩어져있고 무관한 풍경들이, 중간중간 졸다가 봤던 것 같은 차창 밖 풍경들처럼 기억에 남아있기도 하고 아예 통으로 놓쳐버리기도 하지만, 어느새 이야기는 아쉽게도(!) 도착지에 마침내 도착하게 됩니다.
“화이트홀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에도, 우리는 순수한 이성적 존재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해하려는 대상과는 다른 세계에 속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려는 별들과 다르지 않고, 우리는 그 별들의 인도를 받으며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 p.169~170
물리학은, 제가 아는 바로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학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과 공간을 점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 그 자체가 물리학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그 티끌과 같을지도 모르는 우리네 각자의 인생에 몰두하느라 무관심했거나 감히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우리가 점유하고 혹은 공유하는 시간과 공간의 타자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물리학은, 그걸 수학으로 풀어내는 이론물리학은 그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화이트홀>은, 가끔 뉴스에서나 해외토픽으로 스쳐지나가 버리는 블랙홀, 화이트홀, 이벤트 호라이증 등은 그래서 우리네 인생에 가끔씩 소환해내고 우리 외의 타자들을 문득 떠올리게 해주는 용도로 사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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