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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맘님의 서재
  • 방울 슈퍼 이야기
  • 황종권
  • 15,300원 (10%850)
  • 2023-06-09
  • : 205
📚 방울슈퍼 이야기
-과자하나에 울고 웃던 8090 추억소환장

황종권 에세이/걷는 사람

전라도 여수에 있는 국동이라는 마을에는 뒷배처럼 든든한 구봉산과 돌산대교가 자리를 지키고 섰다고 했다. 그는 그 동네를 두고 산해진미를 차려놓고도 젓가락이 가지 않는 밥상같은 동네라고 불렀다.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면 바로 흔해 빠진 구멍가게가 없다는걸 예로 들면서.

📍10. 여자의 능력은 막걸리를 주문할 때 나오는 김치였다(...)지구는 못 구해도 한 세월을 구하기에는 충분한 맛이었다. 잘난 자식들한테 김치만 담가 줄 줄 알았지, 한 포기의 대접을 못 받던 할머니들한테 여자의 김치맛은 막걸리 잔을 넘치게 했다. 여자는 딸 같기도 며느리 같기도 했으며 할머니들의 애인같았다. 애인을 부르듯 언젠가부터 여자를 방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방울이라 부를 때마다 기분좋은 바람에 흔들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바야흐로 할머니들의 사랑방, 훗날 추억의 고춧가루로 눈시울을 뜨겁게 할 방울 슈퍼의 탄생이었다.

슈퍼집 아들로 그가 누린 호사는 그닥 대단한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소풍을 하루 앞두고 동네 아이들이 슈퍼로 몰려와 신중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과자를 고를때 그가 가진 지위를 은근히 뽐내는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만한 호사가 어디있을까 싶다. 은근한 참견을 하며 날씨처럼 소풍의 맛을 결정하던 어린 소년은 늘 마지막에 주인공처럼 소풍가방을 열어 자신을 향하던 기대에 부응하듯 자랑스레 과자를 꺼내곤 했다.

📍37. 내가 근사하도록 선택한 과자는 오직 사브레였다. 사브레에 유독 손이 갔던 이유는 어린 맘으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과자였기 때문이다. 사브레는 과자 이상의 기품이 있었다(...)슈퍼집 아들에게 사브레란 소풍에서 신분을 증명하는 여권이었다.

책의 가운데로 파먹듯 읽어가는 동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좋아했던 과자나 사탕의 이름이 호명되길 군침을 다시며 기다렸다. 따조가 필요했던 그가 치토스 한 번 실컷 먹어보고싶다던 친구를 위해 아홉봉지를 딱 하고 열었을때, 그 고소한 튀김냄새가 가득한 과자봉지에 입을 대고 한 번에 털어넣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문창과시절 짠내나는 일상을 버티게 해준 논두렁 과자와 어릴적 나처럼 당신의 아이가 먹는 걸 보는게 여전히 재밌고 신기한 아폴로 까지, 그가 읊는 과자리스트는 곧 지난 시절에 대한 이해고, 즐거움이겠지. 음식과 부록처럼 따라 들어오는 옛 이야기들. 함께 나눈 시간안에는 나눠먹던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조금 해롭고 몸에 이롭지 않아도 그 만큼은 감당되던 시절과 이야기들이 따숩고 보드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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