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지우맘님의 서재
  • 양손에 토카레프
  • 브래디 미카코
  • 14,400원 (10%800)
  • 2023-06-27
  • : 418
📚양손에 토카레프

브래디마카코/김영현옮김/다다서재

표지의 두 소녀는 물그림자처럼 서로를 비춘다. 어딘가를 바라보는 소녀들. 소설은 미아가 우연한 계기로 후미코의 이야기가 실린 글을 읽으며 시작된다.
엄마와 동생 찰리, 그리고 미아. 미아가 기억하는 엄마는 언제나 힘없이 축 늘어진 모양이다. 약을 하거나, 또는 술을 하면서.
껍데기만 남은 인간..미아는 엄마가 반짝하고 기운을 내고 자신과 자원봉사를 하며 카페에서 즐겁게 밥을 나눠먹은 일을 떠올려보지만, 그가 다시 남자를 만나고, 한껏 취해있다가 다시 절망하는 순서를 되짚으며 인간이 어떻게 이런 사소한 것에 힘없이 나동그라지는지 번번히 목격한다. 어른 역시 언제든지 나약해질 수 있는 가여운 존재라는 걸 미아는 너무 어린 나이에 알아버린걸까.

미아가 읽는 후미코의 이야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호적에 오르지 못한 여자아이의 삶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가파르게 하강한다. 아버지의 무책임, 매달리는 엄마, 배다른 동생과, 성씨없는 아이로 숨어다니며 글을 배우는 후미코. 미아는 후미코의 이야기에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자주 입을 달싹이며 말한다.
📍61."이 마음 나도 안다"

토리헤이든의 소설 예쁜아이가 떠올랐다. 함묵증의 아이를 모든 선생이 달려들어 그의 입을 벌려보려고 하지만 끝끝내 수포로 돌아간 일. 아이와 결국 통하게 된 그가 복지사 선생과 다투면서 사랑과 돌봄이 어떤 선을 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는 장면들이 책속의 그를 돕는 누군가와 닮아있다. 계속해서 미아는 후미코의 이야기에 몰입한다. 삶에서 영영 도망치려는 엄마차럼, 자신도 언젠가 엄마와 비슷한 세계에 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기에 아이라는 감옥은 미아에게 커다란 경계석이다. 한번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을 하지 못했던 미아에게 동생을 뺏기고, 이름을 뺏기고, 엄마를 잃어가는 후미코의 이야기는 어딘선가 같은 방식으로 재생반복되는 또 다른 미아일터. 미아는 궁금해 한다. 후미코도, 자신도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을까. 이 곳 말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 다른 인생을 살게 될까.

📍211. 미아는 불현듯 생각했다. 엄마는 내게도 좀비가 되라고 하는 것 아닐까. 좀비는 다른 인간을 좀비로 만들기 위해 습격한다. 엄마는 나도 자기처럼 되길 바랐기 때문에 이런 연기를 오랬동안 해온것이 아닐까.

📍201. 어린시절, 내게는 도와주는 어른들이 있었어. 그러니까 어른이 된 내게도 너를 도와줄 기회를 주면 좋겠어. 이런식으로 말하는 소셜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미아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책속의 후미코는 큰 결정을 한다. 미아 역시, 후미코처럼 찰리와 함께 어디론가 떠날 결심을 하고, 둘은 100년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대화한다. 너도? 그래 나도.
이야기의 끝으로 이어지는 사이에 미아와 윌의 노래가 배경음악처럼 깔린다. 저자 자신이 좋아하던 그 밴드음악을 들려주는 것 처럼. 호수에 비친 물그림자는 후미코에게 말한다. 흔들리는 나뭇잎과 힘차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호수에 비친 후미코를 흔들어 깨운다.

브래디 마카코의 전작을 모두 읽은 셈이다. 그의 다른 책들이 모두 그의 일터와 아이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빚어진거라면, 완전히 허구의 세계인 소설에서 그가 어떻게 새로운 인물들을 창조해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다자라지 못한 아이는 불안전한 어른이 되고, 다시 얼마간의 시간차를 두고 되풀이되는 과정을 섬세하고 촘촘하게 그려냈다. 추천해준 다른 작가들의 평대로 한번도 손에서 놓지 않고 읽어내려간 책. 우연인지, 그날밤은 밤새도록 배를 타는 꿈을 꿨다. 미아와 후미코도 함께 하면 더 좋았을 그런 작은 배.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