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드
갗 2021/02/1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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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베드
- 윌리엄 셰익스피어
- 8,100원 (10%↓
450) - 1991-06-10
: 481
셰익스피어 작품 읽기 시작하면 맥베스도 읽어야 된다고 해서 한 번 읽어봤는데.. 이게 분명 비극이긴 비극이 맞는데 맥베스가 안쓰럽다거나 인간적인 공감?이 생기질 않아서, 작품의 유명세에 비해 좀 밋밋하게 읽은 것 같다.
아니 근데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에서도 맥베스 특징이 그 비극의 요인이 맥베스의 내제된 욕망에서 기인했다는 점인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맥베스 그 욕망에 너무 솔직한거 아니냐. 그 욕망에 확신을 심어준게 마녀들이긴 하지만, 지금 왕이 병으로 목숨이 간당간당한 것도 아니고 건재한 시점에 "너가 왕이 될 것이다" 같은 예언을 들으면 이게 뭔 말도 안되고 불충하기 짝이 없고 재수없는 소리냐 따위의 리액션이 좀 있어줘야지. 맥베스는 이 예언 듣고서 정말 거의 일평생 나는 이 예언을 듣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 싶을 만큼 가슴 떨려하는거 보고, 쟤 저렇게까지 욕망 감출 줄 모르는 놈인데 어떻게 저 때까지 살아있는 거지 싶었다.. 저기요 당컨 왕이시여, 저 새끼 반역자의 눈을 가지고 있는데요..
근데 또 맥베스 그렇게 설레서 부인한테 먼저 편지까지 써놓고서, 정작 왕 시해에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설 정도의 그릇은 못 되는 것도 웃김. 맥베스 부인이 맥베스를 '실행의 욕망이 없는 건 아니나, 실행할 용기가 없다'고 묘사하는데 딱 그런 사람이더라. 그만큼 노골적인 욕망이 있을거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도 않고 실행한 후 그에 대한 죄책감도 가지지나 말던가. 왕 시해 계획도 맥베스 부인이 세우고 실행하라고 부추기기까지 해줘야 기껏 왕 죽이고 그마저도 마무리가 어설퍼서 부인이 마무리까지 하고 "우쭈쭈 수고했으니 어여 씻고 시치미 떼고 있자" 까지 해줘야 되는 손 많이 가는 나쁜 놈이라니... 어딘가 애매하게 매력 떨어지는 나쁜 놈..
그 와중에 또 타고난 욕망은 흘러넘쳐서 뱅코우 장군도 알아서 찹찹 죽이고 그 아들한테 누명도 씌우고 하는데 죄책감도 착실히 느끼는지 뱅코우 죽었다는 얘기 전해듣기 무섭게 그의 유령도 보고 미쳐가기 시작함. 근데 맥베드 부인이 자기한테는 보이지도 않는 유령보고 질겁하는 맥베드 보고도 태연한거 보면, 뱅코우 유령 보기 전부터 이미 맥베드가 당컨의 유령도 봐왔던 걸지 아니면 맥베드 부인의 대처 능력과 담이 좋은 걸지 궁금하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맥베드 부인이 악인으로서의 그릇이 크기가 있던 것도 있었겠지만, 맥베드가 진작부터 제 죄책감에서 기인한 유령들을 봐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에 결국 맥베드 부인도 몽유병에 시달려 자살하고 맥베드도 세 마녀의 예언에 집착하고 맹신하는, 마치 사이비 종교에 매달리는 교인 같은 모습 보이는거 보면, 맥베드의 죄책감에서 기인한 광기가 주변에 전염됐던게 아닐까 싶었다. 솔직히 맥베드 부인이 악행에 더 거리낌 없고 담이 더 크고 했더라도, 매일 같은 침대에서 잠들고 함께 생활하는 인간이 유령보고 불안하게 하는데 그 광기가 전염되지 않을 수가 없을 거 같더라.
작품 내에서 맥베드 부인이 몽유병에 시달리게 되기까지의 내적 변화에 대한 묘사와, 맥베드가 후반부에 보여주는 나사풀린 피폐함에 다다르기 까지의 묘사가 충분하지는 않아서 많은 상상을 해보게 하는데, 어쩌면 자신의 욕망을 온전히 혹은 유일하게 이해할 법한 최측근이자 동반자였던 부인의 죽음에 대해 "왕비도 언젠가 죽어야겠지. 그러한 소식을 한 번은 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 따위의 말이나 하는 거 보면 부인의 죽음에 대한 감정적 무언가를 느낄 것도 없을 정도로 미쳐버린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은 사람마다 많은 해석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 만약 내가 맥베드를 가지고 재해석?을 한다면 맥베드 왕가와 왕국에 퍼지는 그 불안과 광기의 전염에 대한 부분을 많이 추가하지 않을까 싶다. 맥베드 안 그래도 이야기도 짧은데, 그런 내용들 좀 추가한다고 큰 영향이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뭔가 많이 아쉽고 감질나게 느껴지는 부분이라..
또 이렇게 보니까 그리 밋밋하게 읽은 것도 아닌 것 같네.. 완전 과몰입해서 읽은 것 같잖아. 근데 진짜 셰익스피어 비극에서 주인공들 유령 보고 하는거에 대한 정신의학적으로 해석해놓은 책이나 글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
#윌리엄셰익스피어 #맥베드 #전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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