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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choi209님의 서재
  • 바다숲
  • 김준호
  • 10,800원 (10%600)
  • 2020-12-11
  • : 313
'죽음 뒤 자신의 삶을 다시 살게 된다'는 소재는 이제 거의 클리셰로 여겨질만큼 더 이상 별로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바다숲'이 좀 더 특별하다 생각되는 이유는, 죽기 전 머무는 낮의 세계와 죽은 후 다시 경험하는 밤의 세계라는 대칭구조와 생전 자신의 인생을 역으로 되짚어 살아가게 된다는 흐름 때문인 것 같다.

밤의 바다숲에서 데스틴이 자신의 삶을 거꾸로 살아간다는 건, 이야기의 전개에 중요한 장치 역할을 한다. 책의 주인공인 데스틴을 짧게 소개하자면,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순간 이전부터 지니고 있던 얼굴의 상처와 그 상처에서 비롯한 자기연민에 잠겨 그 상처와 관계된 사람 모두(데스틴에게는 사실상 그 상처가 자기 인생과 다를 바가 없어, 어떻게 보면 자기 인생의 모든 사람들)를 원망하거나 못마땅해하는 사람이다.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불행한 삶이 얼굴의 상처에서 기인했다고 믿는 데스틴이 사후 밤의 바다숲에 넘어가 인생을 되짚는 기회를 얻은 순간 세운 목표도 결국은 상처에 대한 내용이다. 자기 얼굴의 상처는 누구 때매 생겨났고, 어떤 이유로 생겨났는지 알아내는 것. '바다숲'은 이 불행한 남자의 조금 기이한 회귀물이다.

밤의 바다숲에서 제 인생을 되짚어 가는 동안 다뤄지는 데스틴의 기억들은 대부분 얼굴의 상처로 인한 갈등과 그 과정에서 그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내용들이다. 오로지 상처의 원인을 알아내겠다는 일념으로 되짚어가는 삶이라 그런가, 제 삶에 대한 자기연민이 진하게 묻어나는 감상들을 읽고있으면 공감에서 따라나오는 동정심이 아닌 죽어서도 생전의 불행을 붙들고 있는 어리석음에 대한 동정심이 생기곤 했다. 아마 데스틴의 역행의 여정을 어떤 시선으로 따라가나에 따라 결말의 감상이 상당히 다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감동보다는 회의감이 더 강하게 드는 결말이었다.

하지만 결말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된 내용은, 지금까지 난 내 불행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순간들을 뺏기고 살았나 하는 것이다. 데스틴처럼 인생을 관통하는 불행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사람이 살면서 불행이 아예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크고 작은 불행들에 눈이 가려져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자기연민에 잠겨 날려버린 행복할 수 있었을 기회가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는 책이었다.

※ 출판사 한평서재(@one_room_books )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도서협찬 #김준호 #바다숲 #한평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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