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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의 서재

•처참했던 패주를, 기구치는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귀환 후에도 전쟁의 기억을 거의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귀환해서 아내와 어린 자식들과의 생활이 시작되자,
그는 이따금 북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길 없었다. - P134
예전의 온순했던 기구치를 알고 있는 아내는 너•무도 변해 버린 남편을 그저 망연자실 바라보았다. 그럴 때면- P134
그 자신도 어쩔 줄을 몰라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신음하며 울었다. 눈꺼풀 위에는 시체가 즐비한 그
‘죽음의 거리‘와 구더기가 코와 입 언저리를 스멀스멀 기어 다나는 아직 살아 있는 병사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그는 그러한고통을 완전히 무시한 채 모든 것을 재판하려는 일본의 ‘민주주의‘나 ‘평화운동‘을 마음속 깊이 증오했다.- P135
"난 말이제, 전쟁에서 돌아온 뒤로, 기구치 씨처럼 사회생활도 변변히 꾸려 나갈 수 없었다니께. 술이라도 안 마시면 속이갑갑한 기라. 내 맘 이해하겠지?"
이런 대답을 들으면, 그 처참한 지옥을 함께 체험한 기구처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 P137
암담한 심정으로 진료실 창문을 응시했다. 그 ‘죽음의 거리‘
에서 구더기한테 파먹히면서 죽어 간 동료 병사들을 생각하면, 기구치는 자신과 쓰카다의 지금 인생은 여생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렇듯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전•우인 쓰카다가, 체력이 다한 자신을 버리지 않은 덕분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쓰카다를 도와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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