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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의 서재
  •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 9,000원 (10%500)
  • 2016-09-15
  • : 107

그것을 막을 수도, 그걸 피해 숨을 수도 없었다…………. 그 자신은아무 냄새도 없는 아이가 뻔뻔스럽게도 남의 냄새를 맡고 있다니! 냄새로 남의 존재를 알아차리다니! 테리에는 갑자기 자신의 몸에서 땀 냄새, 시큼한 체취, 절인 양배추 냄새, 그리고빨지 않은 옷 냄새 등의 악취가 퍼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자기 쪽에서는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추한 모습이 발가벗겨진 것이다. 이 아기는 자신의 피부 속까지 뚫고 들어와 뱃속 가장 깊은 곳의 냄새까지 맡고 있었다. - P29
어린 그르누이에게 가이아르 부인의 집은 축복이라고 할 수있었다. 아마 다른 곳이었다면 그르누이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 영혼이라곤 없는 여자의 집에서그는 잘 자라났다. 그는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도 살아남았던 아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는 며칠 동안 계속 물같이 희멀건 스프만 먹고도 견딜 수가 있었고, 멀건 젖을 먹고도 그럭저럭 버텨 냈으며,
썩어 문드러진 야채와 상한 고기도 먹을 수 있었다. - P34
어머니를 단두대로 보내게 된, 자신의 존재를 알아 달라고 생선 좌판 밑에서 질러 댄 그 울음소리는 동정이나 사랑을 갈구하는 본능적 울부짖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충분한 생각과 심사숙고 끝에 나온 비명이었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 댐으로써 그는 오히려 사랑을 거부하고> 생명을 <선택한> 셈이었다. - P35
그르누이는 바로 그 진드기 같은 아이였다. 그는 자기 자신속에 틀어박힌 채 더 좋은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살았다. 그가세상에 내놓은 것이라고는 배설물밖에 없었다. 웃거나 비명을질러 대지도, 또 눈을 반짝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결코 자신의 냄새를 풍기지도 않았다. 다른 여자들 같았으면 누구라도 이 괴물 같은 아이를 내쫓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이아르부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P36
등을 창고 벽에 기댄 채 장작더미 위에 다리를 쭉 뻗고 앉은그는 눈을 감은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그는 보지도 듣지도만지지도 않았다. 단지 아래로부터 퍼져 올라오다가 뚜껑에덮인 것처럼 지붕 밑에 갇혀서 그를 감싸고 있는 나무 냄새를•들이마실 뿐이었다. 냄새를 들이마시고 그 냄새에 빠져 자신의가장 내밀한 땀구멍 깊숙한 곳까지 전부 나무 냄새로 가득 채- P40
운 그는 그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 버렸다. 그러고는 나무 인형,
즉 피노키오가 된 것처럼 그 장작더미 위에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그러고는 한참 뒤, 거의 30분쯤 지나서야 비로소 <나무>라는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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