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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완님의 서재
  • 공 좀 주워 주세요
  • 차야다
  • 13,500원 (10%750)
  • 2022-03-30
  • : 344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읽고 등장인물에 나를 빗대어 본다. 과연 나는 토끼에 가까운 사람일까. 거북이에 가까운 사람일까. 어쩌면 ‘거북이고 싶은 토끼’가 아닐까? 토끼는 빠르지만 게으르다. 토끼는 특출난 재능이 있지만 겸손함이 부족하다. 거북이는 느리지만 꾸준하다. 토끼와 같은 재능은 없지만 포기할 줄 모른다.

재능은 차치하고, 분명한 건 꾸준함보다 게으른 쪽에 가까운 나는 우화를 빚댄 차야다 작가의 그림책 <공 좀 주워 주세요>를 보며 다시금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던 토끼는 공을 높은 담장 아래로 떨어뜨린다. 때마침 그 밑을 지나던 거북 할아버지에게 토끼는 공을 주워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토끼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 결국 뒤이어 지나가던 병아리 꼬마에게 부탁을 하는데, 안타깝게도 꼬마 병아리의 힘이 높은 담장 너머로 공을 던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다음 담장 밑을 지나가는 사자 한 마리. 토끼는 반색을 하며 공 좀 주워달라고 이야기한다. 역시나 사자 아저씨는 토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식은 죽 먹기지.” 토끼는 공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아뿔싸. 힘이 좋은 사자 아저씨지만 딱딱한 구두를 신은 탓에 공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이쯤되면 의문이 든다. ‘내려갔다 오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하지만 토끼는 포기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동물들마다 붙잡고 공을 차 달라고 부탁한다. 과연 토끼는 그 자리에서 제대로 공을 받을 수 있을까?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기만 하는데 어서 주워와 공놀이를 하면 좋으련만. 토끼를 보는 내내 안타까우면서도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듯한 토끼를 보며 불편한 마음 또한 감출수가 없었다.

내가 가진 잠재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쉽게 인생을 살아보고자 한다면 결국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달리는 거북에게 지고마는 토끼와 같은 신세를 그 누구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의도와 상관없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동안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도움만 받으려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때는 그런 사람들이 더 빨리, 더 쉽게 결승선에 도착한다고 생각했었다. 억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인생에도 분명 퇴행은 있다. 쉽게, 그리고 빨리 달린만큼 뒷걸음질의 보폭 역시 크다는 것을.

늦게가도 좋고, 돌아가도 좋으니 제 속도대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그림책 <공 좀 주워주세요>는 과연 내 인생의 속도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더 나아가 속도에 따른 지금 내 삶의 모습은 어떠한지 깨닫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도서출판북극곰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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