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의 힘
안경완 2022/03/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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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한 행동
- 재클린 우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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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금의 내 고민과 맞닿아 있기도 하거니와 어린시절의 내 모습도 떠올랐기 때문.
배경은 미국의 한 초등학교.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 어느 날, 한 아이가 전학을 왔다. 이름은 마야. 교장 선생님은 마야의 손을 잡고, 교실 문을 들어선다.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슴에 파묻은 채, 작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안녕.’
아이들은 마야의 차림새를 살핀다. 열린 코트 사이로 낡고 해진 옷, 추운 겨울에 맞지 않은 얇은 봄 신발. 소극적인 모습과 볼품없는 마야의 옷차림이 일순간 친구들 사이에서 ‘함께 놀고 싶지 않은 아이’로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마야는 그런 친구들의 마음을 알리가 없다. ‘나’에게 미소짓는 마야를 나는 본체만체 한다. 급기야 “마야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는 게 어때? ‘헌 옷 수거함.’ 저 애가 입는 건 전부 다 거기서 가져온 것 같아.” 라고 말하는 ‘나’의 친구 켄드라도 있다.
가슴이 쿵 내려 앉는다. 어찌 송곳처럼 날카로운 말만 골라서 하는지. 반복되는 외면, 무시, 거절 등으로 결국 마야는 더이상 친구들 곁으로 다가가지 않는다. 나는 그저 애꿎은 줄넘기만 돌리는 마야가 안쓰러워 그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게 되었다.
물이 가득찬 그릇에 돌멩이 하나를 떨어뜨리는 선생님.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그 모습을 바라본다. 돌멩이가 떨어진 자리 주위로 물결이 일렁인다. 그리고 선생님은 말한다. “친절이란 이런거란다. 작은 친절이 물결처럼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지.”
선생님은 마야와 아이들의 관계를 알고 있었을까? 어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했던 친절한 행동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마야를 향해 던진 묵직하고, 차가운 돌처럼 온 몸이 굳어진 채 덩그러니 서있다..
큰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에 대한 고민은 늘어만 간다. 우리 아이가 소외되지 않고, 많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기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겉모습만으로 친구들을 쉽게 판단하고 배척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내 안에 항상 공존한다.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를 일들에 대한 불안에 따른 고민일지도.
결국 ‘나’와 같았던 시절의 나, 반대로 마야와 같았던 시절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불편하고, 가슴 아팠던 일들이 그림책 <친절한 행동>을 보며 끝내 위로받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말과 행동이 주는 무거운 책임감과 더불어 다정한 말씨와 사소한 배려가 미치는 사랑의 위대함이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들 각자의 마음 속에 선명히 새겨졌길 바라본다.
*이 리뷰는 도서출판북극곰에서 그림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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