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책을 선물 받고는 '왜 동화책을 주셨을까?' 생각하며 조금 우습게 보기도 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머릿속은 새로워졌고 하늘을 향해 가던 애벌레가 나비로 변한 모습을 보며, '아 이거로구나!'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여러 상황을 맞닥들일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이 문득 문득 떠올랐다.
난 지금 어디에 서있나, 하늘위에 무엇이 있는 지도 모른채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으며 위로 위로 가려는 애벌레인가, 나비가 될 꿈을 꾸며 번데기를 준비하는 애벌레인가?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책
마침 글담 출판사 블로그에서 서평단을 모집하길래,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세히 살피지도 않은 채, 제목만으로도 마음에 끌려 신청하였다.
'저성장 시대'라고 한다. 반세기 전만 해도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었고, 돈을 아껴 저축만 해도 큰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금리는 0에 가깝고 이력서를 꽉꽉 채울 스펙을 쌓아도 젊은이들은 갈 곳이 없다.
직장인들은 내일을 불안해 하며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는 게 오늘의 모습이더라.
저자는 말한다.
"열심히 공부해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열심히 일해도 승진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야 하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끄덕끄덕하며 읽게 된 문장이지만..지금 다시 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현실이다.
그래, 이제 경제성장은 갈만큼 갔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위로위로 가려는 애벌레의 무리에서 나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부부가 공동으로 지었는데 이 둘은 미국 생활을 하면서 '저성장 시대 심플 라이프를 1년 동안 직접 체험'했다고 한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한 제안이 아닌, 실제 겪은 경험담이라고 하니 더 솔깃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무턱대로 따라할'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도 인정했다. '심플라이프'는 어느정도 경제적 여건이 뒤따라야한다고. 무조건적으로 '이게 옳아. 이렇게 살아. 라고 강요하는 뭇 저서들의 압박보다 훨씬 수긍할 수 있는 제안이었다.
저자들처럼 똑같이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결국 운명까지 바뀐다는 명언을 떠올려보면, 이 책은 그동안 앞만 보며 달려왔던 우리네 삶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풍요로 이끌어 줄 수 있으리란 기대를 심어 주었다.
"돈이 없어진 순간 사람의 진짜 가치가 드러났다. 그는 '가진 것보다 덜 원하면 부자이고, 가진 것보다 더 원하면 가난하다'라고 단언했다."
이 책은 크기가 비슷한 다른 책들보다 가볍게 손에 들린다. 그리고 책을 읽은 독자들이 가볍게 살길 바라는 책 같다.
크게 어려운 내용은 없다, 책 문단을 시작할 때마다 저자가 읽은 책에서 따온 구절로 시작하며, 그와 연결지어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고, 성장 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내용을 담고, 그 실천사항을 언급해주고 있다.
그대로 따라할 순 없지만, 이 책을 통해 21세기가 '저성장'시대임을 실로 느끼고 무턱대고 하늘을 향해 가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대신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나비의 행복을 느끼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편리함을 떠나면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에서 풍요가 찾아오리라.
<이 글은 글담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