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출발하기 전에 벌써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계획을 하는 동안에 이미 여행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더구나 해외로 가는 여행은 더 큰 설레임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인숙의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는 여행기다 그런데 부제가 말해주듯 네 자매가 함께 길을 떠났다. 사실 자매가 함께 여행간다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사실 아주 어렵다. 서로 각자의 시간과 타이밍이 맞아야 갈 수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자매 간의 사이가 좋아도 서로 하는 일이 다르기에 좀처럼 시간을 맞추기가 힘든 것이다.
그런데 함께 갔다. 네 자매가 함께 간 여행은 얼마나 즐거울까. 그래서일까. 소소한 재미가 엿보이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저자가 언니에게 혼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여행기라고 하지만 가족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가 있다. 그러다보니 이 여행엔 전문적인 이야기가 거의 들어있지 않다. 여행이 주는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가 주류를 이룬다. 물론 스페인 문화와 건축 그리고 역사와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는 일상에 묻혀 버린다.
강인숙 교수에 대해 몰랐는데 이 분이 그 유명한 이어령 교수의 부인이란다. 이 책은 교수가 쓴 여행기인데 전문적이지 않다. 만약 전문적인 식견과 지식을 얻기 위한 독자라면 이 책을 선택하지 말고 다른 책을 찾아보길 바란다.
솔직히 이어령 교수의 부인이라 하니 더구나 교수라고 하니 글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배경으로 스페인 곳곳을 이야기해 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기대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첫 부분을 읽으면서 느꼈다. 저자 스스로도 가볍게 이 책을 쓰려고 했지 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쓰지 않았음을 밝혔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스페인 여행 외에도 파리와 미국 여행기가 담겨 있다. 이것은 마치 보너스 아니면 부록 같은 느낌인데 오히려 더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같은 책을 읽고도 다양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부록 같은 여행기가 좋았을 독자도 있지만 좋지 않았다는 느낌을 가진 독자도 있을 것이다. 스페인에 대해 가볍게 읽기엔 좋다.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 저런 책 다양하게 접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