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부모는 많아졌는데 왜 아이들은 점점 공감 능력을 잃어가고 있을까?
아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는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오히려 더 외롭다고 말한다. 요즘은 속상한 일이 생기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 사람보다 AI에게 먼저 마음을 털어놓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문화와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점점 단절되고 서로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경험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림책 공감독서』는 이러한 시대적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공감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달하는지, 왜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인지, 그리고 왜 그림책이 공감을 키우기에 효과적인 매체인지를 인지적·정서적·수행적 측면에서 이론적으로 탄탄하게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그림책일까?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긴 글은 점점 부담스러운 읽기가 되고 있다. 반면 그림책은 간결한 글과 풍부한 그림만으로도 짧은 시간 안에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글과 그림을 함께 읽으며 등장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론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감 독서 지도 원리와 실제 수업 모형은 물론, 저자가 개발한 E.M.P.A.T.H.Y. 발문 프레임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공감을 하나의 정답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며 다양한 해석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방법을 제안한다.
그림책 수업이 많아진 요즘, 다양한 놀이와 독후 활동, 체험 활동이 넘쳐난다. 하지만 때로는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왜 이 질문을 하는가?" "왜 이 활동을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림책으로 수업하는 교사와 강사라면 자신이 익힌 수업 전개 방식에 맞춰 지도안을 구성하기 전에 그림책 공감 독서의 원리를 먼저 이해해 보면 어떨까. 원론적인 이해가 탄탄할수록 질문은 더 깊어지고, 아이들의 생각과 반응도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마음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다. 사람을 이해하는 힘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길러진다. 그림책은 그 관계를 가장 안전하고 따뜻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