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인가, 무관심인가?
Sally 2017/08/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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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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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2016-10-14
: 94,611
이 책을 읽기 전 그리고 읽은 후에도 나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처음 읽었을 때와 두 번째 세 번째 읽었을 때 ‘82년생 김지영”씨에 대해, 대한민국 여성, 특히 아이가 있는 직장에서의 여성 들에 대해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등의 변화는 미미하게 생겼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같은 여자로서도 너무도 불편했다. 아마도 그것은 한 사람이 겪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여성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너무 많이 받았다는 생각에 부당하게 대우 받은 사례 수만 집중해서 읽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살 차이로 김지영씨와 내가 완전하게 다른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여중, 여고, 여대와도 같은 간호학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남녀가 함께 있는 상황이 극히 적었을 뿐이었다. 이 것을 운이 좋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맞다. 나는 운이 좋았다.’
어쩌면 여성으로서 부당하게 대우 받은 것이 당연할 수 밖에 없다는 관습과 타성에 젖어 있었던 것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 김지영씨가 느꼈던 부당함은 한 여성이 경험했다고 하기에는 여자 인생이 너무 박복하다 싶었다. 그러나 책 마지막에 김고연주/여성학자의 작품해설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대한민국 여성들이 한번쯤은 경험했던 일들을 김지영씨의 이름을 빌려 쓰여진 책’이라는 것을 모른 체 그저 한 여성이 인생에서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만 끝나버렸을 것이다. 한 여성의 일로만 읽고 끝내 버린다면 이 소설은 거칠고 불편하게만 읽히는 허구에 가까운 소설이 되어 버릴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이 실제로 있어? 80년대 덕선이가 겪었을 법한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 했는데 내가 12살 정도 되었을 때 아시는 분이 딸 둘을 낳은 것으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임신할 때마다 아이 성별 확인 후 유산을 여러 차례 경험했고, 그 뒤로 아들을 낳아 집안의 대를 이은 대단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무심하고 몰랐던 것들이 어른이 되어서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새롭게 떠올랐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한 여성 커뮤니티(임신, 출산 육아, 교육)에 이 책에 대한 다른 시각의 글이 올라와 같은 여성끼리도 이렇게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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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히려 그 정도며 양호한 것 아닌가요? 시댁 평범하고, 남편에게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하고 말했더니 그렇지 않을 거라고 대답해주는.. 김지영 자체만 바도 평범한 가정에, 언니 교대 가고 본인은 서울 4년제 나오고 광고대행사 들어가고…… 이쯤 되면 잘 짜인 인생이죠. 저는 오히려 김지영 책을 읽고 나니, 이 정도의 평범한 아니면 오히려 양호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도 여성이고,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이런 고초를 겪는구나 라고 알리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김지영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여성은 너무 많은데……
B: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이런 고초를 겪는구나 라고 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을까 공감입니다. 아직 임신과 출산을 겪어보지 않아서 동질감이 없었나 봐요^^ 저도 김지영보다 나은 제 삶에 감사 중이에요.^^
C: 공감합니다. 전 사회생활 할 때 훨씬 심각했어요…… 그래도 나름 국가기관이었는데 여자라고 당하는 무시 성추행 등등 엄청났네요……
D: 음…소설이잖아요 ㅎㅎ 전 친구가 제가 보면 울거라 고 빌려줘서 읽어봤는데요. 끝날 때까지 어디가 슬프지? 하고 울음포인트를 못 잡았어요. 그냥 편하게 술술 읽히는 소설이긴 한데.. 소설이니 약간 신파처럼 심한 부부 과장해서 한 여자나 주위사람들에게 겪게 만든 것 아니겠어요? 첫 부분에 이사람 됐다 저 사람 됐다 하는 게 궁금해서 읽었는데 그 내용은 하나도 없어 당황했어요. 결국은 걍 우울증인 걸로…
B: 저두요. 저두요. 앉아서 한번에 다 읽었는데 읽고 보니 끝에 이거 뭐지? 그래서 어찌 됐다고? 그냥 그런 느낌..?
출처: 여성 커뮤니티(임신, 출산 육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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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한 경험을 했다. 이 정도면 잘 사는 것 아니냐’는 글을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사원이었을 때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가 “에이, 나 때에는 더 했어. 당신 일은 아무 것도 아니야. 다 그런 거야……”였다. 김지영씨가 여기서 더 얼마나 심각해져야 하고, 왜 더 심각해야만 하는 걸까?
이 소설은 그렇게 나보다 나은 여자의 인생과 못한 인생으로 나뉘었다. 자신보다 못한 김지영씨의 경우 안타깝지만 내 인생에 감사함을, 자신보다 더 나은 김지영씨에 대해서는 “더 못한 여자도 많은데 배부른 소리 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면서 나는 세상의 김지영씨에게 ‘따뜻한 응원이었는지 싸늘한 시선’이었는지 곱씹어 보았다. 내가 일하는 직장의 90퍼센트는 여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가 남성이 일하는 직장보다는 복지가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에게는 일하기 어려운 곳이 한국 사회인 것 같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의 여러 제안들 중에 ‘여성, 육아, 출산’ 등의 키워드가 눈에 더 들어온 것은 내가 또 한 명의 김지영씨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노회찬 의원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아 읽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한민국에서 또 한 명의 김지영인 나는 문 대통령이 제발 여성을 포함한 국민 모두를 감싸 안아 주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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