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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님의 서재
  • 사물의 뒷모습
  • 안규철
  • 12,600원 (10%700)
  • 2021-03-22
  • : 5,754
관성.

바위는 웬만해선 제자리에서 꿈쩍하지 않는다. 흐르는물은 웬만해선 멈추지 않는다. 바위는 머물기를 원하고, 물은흘러가기를 원한다. 바위도 물도 지금의 상태가 이대로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것을 우리는 사물의 관성이라고 부른다.  관성 뒤에는 중력이 있다. 사물을 관성에서 벗어나게하려면, 중력을 설득해야 하고, 사물이 갖고 있는 질량이나 운동량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을 막으려면 거대한 콘크리트댐이 필요하고, 바위를 옮기려면 바위보다 훨씬 더 무거운 크레인이 필요하다.
일상의 사소한 습관도,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시대의 흐름도 바위와 물처럼 관성의 지배를 받는다. 세계를 그 관성으로부터 떼어내 옮기고 변화시키는 것이 인간의 일이라면, 그 일의 성패는 우리에게 그 관성을 능가하는 더 큰 힘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나를 지배하는 관성은 무엇인가. 정체성이란 이름으로 내 안에 들어앉은 타성과 편견의 바위들을 끌어내고, 익숙한 방향으로만 흐르려는 생각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힘이 나에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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