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잘 안다고 생각한다. 앉아서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 사실 탐탁지 않은 책이다. 고전의 아름다움이 아닌 결국 통계와 뇌과학이 이끄는 대로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논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글쓰기의 소피스트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인간은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의미는 인과관계 혹은 플롯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흔히 자극적인 이야기가 판치는 시대라고 비판하지만, 인간이 결국 그러한 이야기에 끌리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들이 양산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내심 진 기분이 들어 짜증이 나긴 했지만, 결국 모두 맞는 이야기였다.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체르니솁스키, 열린책들)』을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다 담겨있으니 말이다.
책은 열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에서는 독자를 사로잡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뒤로 갈수록 점점 구체적인 방법들이 소개된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모두 우리의 뇌와 관련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필독서로 여겼다. 이 책은 뇌과학이 결합한 현대판 『시학』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결국,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이야기를 사랑하니 말이다. 저자는 이야기의 힘을 강조하며, 결국 우리의 뇌가 공통으로 사랑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론을, 즉 뇌의 비밀을 알려 준다. 그러면서 실제 소설의 단락을 가져와 예시도 보여 주면서 책의 마지막에는 체크리스트까지 수록했다. 다른 글쓰기 책들과 다르게 완전한 실용서와 같은 느낌을 준다. 실질적으로 글을 쓰고 싶을 때,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려가 머릿속을 삼키기도 한다. 이렇게 끌리는 이야기를 쓰는 비법을 AI는 모를까? AI가 소설을 쓴다는 소식을 몇 년 전에 기사를 통해 접한 적 있다. 그 AI에게 이 비법을 입력하면 AI는 우리보다 더 좋은, 흡입력 있는 글을 쓸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것을 발전해 나가야만 AI를 이길 수 있을까?
*이 글은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받아 솔직히 적은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