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햇살처럼 눈부신 날에
jesoonyi 2024/06/16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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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여름에게
-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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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2024-06-07
: 4,006
"그러니까 이 사랑 이야기에 온통 상처만 남아 있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줄곧 그 여름을 나 혼자 묻어두고, 꺼내보고, 또 한겹 덮어두는 동안,(중략) "그냥 우리는, 다 사랑이었어요"
'다섯살의 사랑은 무엇일까?'
할머니가 좋아했기에 부지런히 세상의 글자를 찾고, 일부러 소리 내어 읽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려고
부러 더 잘할려고 노력하는거,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를 한번 더 볼려고
다섯살의 손녀가 할 수 있었던 일을 해보는 것.
'아홉살의 사랑은 무엇일까?'
아버지가 어머니의 새로운 사랑 앞에 눈물을 흘렸다는 고백이 폭로 같아 두렵고, 어머니와의 이별로 아버지의 우울이 깊어졌을지 몰라,
"그 밤에도 저는 부지런히 배우고 있었어요.
귀가 없고 눈이 없고 쉬 깨어나지 않는 깊은 잠을 자는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 되는 법을. 투명의 세계를. '아홉살의 사랑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나는 그저 꿈나라를 여행하는 여행자라고 생각하기를 바라며 숨죽여 다시 잠이 손님처럼 찾아와주기를
이불 속에서 두 눈을 꼭 감고 숨죽여 있었던 것일까?
눈물 흘리는 아빠의 눈물을,
사랑에 아파하는 한 사람으로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된
지금의 작가는 이제는 안다.
부재중의 어머니도 아니고, 슬퍼했던 아버지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나를 포기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사람
이 글을 쓴 최지은 시인의 에세이를 읽고 있노라면
여름의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얼굴을 찡그리면
살며시 다가와 한뼘의 손그늘을 만들어주던 할머니의 마음과도 같다고 말하고 싶다.
벌써 하지가 코 앞이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되겠지.
<우리의 여름에게> 최지은 시인의 첫 에세이를 읽고나면
그녀의 시를 읽어야겠다고,
그녀의 시가 읽고 싶다고 고백해본다.
창비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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