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하면 설명해 줘야지 싶어서 어린이 성교육 그림책이나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도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 주나.' '부끄러운 게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마음 한편엔 부끄러움을 갖고 있는 유교걸 엄마입니다. 다른 책들을 미리 읽어보면서도 막막했는데 이번에 한솔수북에서 나온 책은 초등 저학년도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고 내용은 탄탄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성교육을 들어가기 앞서 이 배움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지 설명하는데요.
성교육을 제대로 들어본 기억이 없는 저는 무척 와닿았어요.
아이들에게 읽어주는데 울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나'예요.
나를 아끼고 사랑하려면 나를 잘 알아야겠지요?
(중략)
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 역시 소중한 존재임을 알고,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고, 성 예절을 잘 지켜야 해요.
지금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거예요.
책 제목과 같이 내용 구성은 노트에 필기한 듯 되어있어요.
그림과 설명이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어서 지식 그림책이지만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제목은 여자아이를 위한 성교육 배움 노트지만 함께 읽으면 좋지요.
목차는 재밌게 1~4교시까지 묶어서 구성되어 있어요.
나를 시작으로 너, 우리, 가족으로 확장되고 성폭력에 대한 내용을 마지막에 다루고 있어요.
같이 빨래를 개던 8살 막내는 엄마의 기저귀를 여러 번 보고 아무 말이 없더니
오늘 갑자기 "엄마, 여자는 어른이 되면 기저귀를 왜 다시 하는 거야?" 묻기에 책을 펼쳐서 읽어주었습니다. 쉬를 참는 것처럼 참을 수 없고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여주었어요.
예전에 잘 모르는 남자들은 참으면 되지~ 말하기도 하고 광고에서 파랗게 표현되니 생리혈이 파란색인 줄 알기도 하더라고요.
다 듣고서는 "그럼 엄마 아직 아기 가질 수 있어?" 물어봅니다.
(아, 체력이 된다면 셋째도 참 예쁠 것 같아요. 체력도 바닥이고 세계 인구증가가 심상치 않기에...)
성인지 감수성을 다루는 내용도 있어서 좋습니다. 행여나 자연스럽게 말할까 봐 의식적으로 노력하던 부분인데 툭툭- 저도 모르게 말하고 아차 싶은 적이 있어요. 저희 부모님 세대는 당연하게 이야기하셔서 제가 다시 아이에게 말해주곤 해요.
집안일은 가족 모두의 일이고 집안일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고 싶은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하는 거라는 부분에서 깊은 공감을 했습니다.
신랑이 늘지 않는 요리에 매번 메뉴 고민하는 저를 보고 그러더군요.
자신이 집안일을 할 테니 내가 밖에 나가 일을 하면 어떨까? 서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말했는데, 맞아요. 신랑이 저보다 집안일을 더 잘하고 아이들 교육도 반듯하게 할듯싶어요.
여자답게 말고 나답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그림체도 세련되어 고학년이 읽기에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