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부드럽지만 오랫동안 위로를 주는 책이었다. 조금씩 아껴 읽다가 약속한 서평일이 가까워와서 마지막 장을 읽고 이내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되었다. 수백 권의 육아서를 읽으면서 육아 에세이를 읽으면서 다시 펼치게 되는 책은 다섯권도 채 되지 않았다. 기대보다 생각보다 무척이나 좋았던 책 이야기를 나누려한다.
언제일까 ‘미니멀리즘’을 검색어로 들어가게 된 스미레님의 블로그엔 깔끔하고 단정한 집안 풍경만큼이나 아늑한 글이 올라왔다.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기도 하지만 어딘가 닮은 듯 한 느낌에 부지런히 연재되는 글을 읽고 힘을 얻기도 했다.
책을 읽어보니 사진 속에서 가만히 앉아 조용히 책만 볼 것 같은 꼬마아이가 에너지 넘치는 우리 집 아이들과 같은 성향임을 내가 작가님과 같은 내향적인 성향임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모든 아이가 다르듯이 모든 엄마가 다르다’ 나 또한 아이를 이해하고 싶어 많은 육아서를 읽고 유명한 육아선배 엄마들 에세이를 봤지만 ‘나는 할 수 없겠다. 어쩜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하루 세끼 밥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기본적인 돌봄으로도 진이 빠져서 아이들 재우며 함께 잠들어 버리는 나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종종 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열정 넘치는 엄마가 되지 못해서, 책 읽어주는 엄마여서, 이따금 기분 핑계로 책읽기도 밀어두었다.
그때마다 아이 책은 내려놓기 가장 만만한 존재였고 기분은 가장 그럴싸한 핑곗거리였다.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은 기분 아닌 의무감의 몫이었다. 기계처럼 몸을 움직이는 건 우울해도 할 만했다.
그러나 그런 날, 책은 부담이었다. 안 기쁜데 기쁜 척, 안 웃긴 데 웃는 척하는 희극 배우의 비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울적한 날에도 책 읽어주기를 멈추지 말기를, 외려 더 적극적으로 읽어주길 권하고 싶다.
정말이지 기분이 좋지 않은데 책을 들고 오면 ‘나는 뭐지? 무대에 서서 다른 이를 웃게 만드는 개그맨이 이런 심정일까’ 더 울적해져 아이에게 지금은 못읽어 준다. 그래도 읽어달라는 아이와 실랑이하다 끝내 울리기도 했다. 앞으로는 그럴 때마다 재미있는 책을 골라 재밌게 읽어줘야지 싶다. 책을 들고 읽어 달라는 시기도 따지고 보면 금방 흘러갈 것이고 막상 혼자 책을 즐기는 시기가 온다면 내가 가장 그리워할 것이 분명하다. 기분이 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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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육아 뿐만 아니라 엄마 스스로를 돌보는 루틴도 가슴에 와닿았다. 잊고 있던, 사랑이 먼저이고 아이와의 관계가 먼저라는 귀한 조언을 다시 마음에 새겨본다.
육아서와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지금 하고 싶은 일보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할 것, 그러자 답은 명료해졌다.
어쩌면 엄마들은 이미 알고 있다. 물 흘러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두면 되는 것을. 쏟아져 나오는 육아서, 우리 집과 다른 육아풍경이 보이는 sns와 육아 방송프로, 유튜브까지. 뭔가 특별하고 대단한게 있을법하지만 둥둥 헤엄치다 정신을 차려보면 내 앞에 있는 내 아이가 눈으로 말한다. 저랑 함께 하자고, 괜스레 머쓱해진다. 오랜만에 감응하는 책을 만나 기쁘다. 이만 덮고 아이의 눈을 따라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