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부끄러운 인생을 살았습니다."
<인간 실격> 작품하면 떠오르는 문장이죠. 그만큼 파급력 있는 문장이라 생각해요. 저 문장으로 인해 화자의 '부끄러운 인생'이 궁금해지는 동시에 제 삶은 부끄럽지 않은지 돌아보게 되거든요. 그래서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거 같습니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로 화자인 요조와 비슷한 서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약물 중독과 알콜중독 그리고 '색마'라 불릴 만큼 다양한 여인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은 요조이지만, 사실 요조는 그리 부끄러운 삶을 산 남자라고만 볼 순 없어요.

작품 도입부에서 '나'는 화자 '요조'의 사진 석장을 보고 이런 저런 평가를 늘어놓습니다.
어릴 적 요조의 사진을 보며 기괴할 만큼 웃음을 짓고 있다 표현하는데, 요조는 그 어린 나이 때부터 자신의 예민함과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어릿광대라는 페르소나를 이용했어요. 자신의 우울감과 비루함을 감추기 위해, 또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 어린 나이 때부터 페르소나를 이용하여 '연기'를 해온 요조에게 그 누가 부끄러운 인생을 살았다며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도저히 인간을 단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마저도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고, 단지 두려움과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여 어릿광대짓이 능수능란해졌습니다. 결국 저는 어느 사이엔가 한마디도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것 역시 유치하고 서글픈 저의 어릿광대짓의 일종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어린 요조를 접하자마자 마음 한 켠이 안쓰러웠습니다. 벌써부터 저런 고뇌에 빠지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웃으며 지낼까 싶기도 했고요. <인간 실격> 작품이 자전적 작품이라 그런지 마음이 꽤 무거웠어요.
"그렇게 말은 해도 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여전히 두려웠고 가게 손님을 대할 때도 술을 한 잔 벌컥 들이켜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무서운 것을 보면 두려워하지만 계속 보고 싶어 하는 심리랄까요? 무서워하긴 해도 작은 동물을 오히려 꽉 쥐는 것처럼 저는 매일 밤 술에 취해서는 가게 손님들에게 졸렬한 예술론을 떠들어 댔습니다."
아르테에서 나온 클래식 라이브러리 <인간 실격>에는 미완의 소설 <굿바이>도 함께 담겨있어요. 읽히는 것도 부드럽게 잘 읽히고, 지난 번에 리뷰한 <변신>과 같은 사이즈라서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적합합니다. 오랜만에 <인간 실격> 읽으며 잊고 있었던 그 특유의 피폐함이 진득하게 올라오네요. 흥미로운 독서였습니다.
해당 리뷰는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적은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