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됐다‘는 말을 자주 쓰더라. 상대의 호의를 잘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 봐.
그제야 나의 거절이 그의 기쁨을 훼손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꽤 자주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표면적인 명분일 뿐, 실상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나 자신에 대한 배려가 더 우선은 아니었을까. 자립심을 발휘해 내 일을 스스로 처리하고 싶어 했으나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타인의 힘을 빌리는달콤함을 맛본 뒤 의존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그것은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고질병 가운데 하나였다. 아니,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해야 했던 운명의 소유자가 가지게 마련인 방어 심리였을지도.-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