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이 된 딸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아이들이 다 그렇지만 갈수록 책을 멀리한다. 어릴 땐 엄마의 책 읽어주는 소리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이젠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빠져 책을 읽지 않는다. 물론 그럴 때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니 그 앞에 고전 얘기를 한다면 더욱 나자빠질 터. 그래서 먼저 조승우의 지캘앤하이드 뮤지컬 영상을 보여주었다. 특히 어두운 밤 갈 길을 잃고, 최고조의 절정인 confrontation, 지금 이 순간이란 뮤지컬 노래를 보여주었더니 아이는 입을 쩍 벌린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원작이 바로 이 책이다며 난 타이밍 적절하게 딸 아이에게 이 책을 전해주었다.
대성공이다.
딸은 바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책을 가방에 들고 다니더니 이틀도 안 되어 다 읽었다고 했다. 나는 밥 먹을 때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이야기를 꺼내었고 하다보니 맹자와 순자의 성선설과 성악설이야기까지 나왔다. 또 구운몽 이야기도 슬쩍 꺼냈다. 구운몽의 성진과 양소유 역시 분열된 두 자아라는 사실을 책 뒷편 국어선생님이 언급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구운몽 있어?"
아이는 또 내 말에 솔깃한다. ㅎㅎ 이번에도 성공!
나는 책 읽기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보고 싶어 책을 맘껏 산다.
나는 아이가 논술을 위해, 또는 글쓰기를 위해 책을 읽지는 않았으면 싶다. 앞으로 살면서 인생의 고난을 책과 함께 극복해 가길 바랄 뿐이고 힘들고 지칠 때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을 뿐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가 진짜 판단하기 힘든 순간에 그 고민 역시 이미 지난 세기의 사람들 역시 거쳐갔던 고민이기에 고전 속에서 지혜를 얻어 극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지금 서점에 가면 아니 도서관에 가면 수세기 전에 그 고민을 했었던 대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좀더 화려한 스펙이나 자신의 성공을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 앞에서 아양 떨어가며 인맥을 쌓게 할 것이 아니라 바로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같은 사람들과 만나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고전 읽기는 대단한 인물들과 엄청난 인맥 쌓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또 그 책은 그리고 그 책의 저자는 아이의 평생 친구이자 조언자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