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yyessir님의 서재

예전에 아는 작가 언니가 축구를 소재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쓰는 내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긴박한 소재지만, 화면으로는 한 번에 흘러갈 장면을 문자로 중계하듯 일일이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에게 패스했고, 다시 누가 헤딩으로 공을 넘겼으며,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까지 묘사해야 하는 그 단조로움을 독자에게 흥미롭게 전달하는 게 어려웠다고 한다.


<칠성에이스>를 쓴 작가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9회 말, 투 아웃, 주자 2루와 3루’ 같은 입체적인 상황을 생동감 있게 그리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까 싶다. 독자로서도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야구 규칙과 용어를 알아야 한다. 진입 장벽이라면 바로 그것. 하지만 기본적인 지식만 있다면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술술 읽힌다.


다 읽고 나니, 작가가 이 이야기를 역사적인 어떤 야구 경기에서 힌트를 얻어 쓴 것인지 밝혀줬더라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와 청소년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은 신선했다. 주인공 창이를 통해 당시 청소년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오늘날 청소년들에게도 큰 교훈이 될 것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시합이 무산될 위기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시합을 이어가도록 만든 선수들의 행동이었다. 그들의 열정과 의지가 이 작품의 진짜 클라이맥스였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