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지혜진#책폴#청소년#강추도서#서평
첫째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다. 소풍 가기 전날, 딸이 울상이 되어 집에 왔다. 그리고 어렵게 말한 이야기. 자신의 반에 말을 한마디도 안 하는 여자아이 A가 있다고 했다. 그 아이는 지난 5년 간 선생님이 출석 부를 때 “예!”라고 작게 대답하는 것 빼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아이가 처음으로 내 딸에게 다가와 소풍 가는 날, 버스 옆자리에 같이 앉아 줄 수 있냐는 부탁의 말을 했다고 한다.
딸은 그때 A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고 한다. 딸은 그 친구가 얼마나 어렵게 말하는지 알고 있어서 거절이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아이랑 같이 앉기로 약속을 해서 정말 미안해라는 말을 했다고. 오는 내내 그 친구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소풍 가서 챙겨주고, 소풍 갔다 와서 친구가 되어주면 되지라고 말해준 것 같은데 그다음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학교에서도 주인공들이 있다. 공부를 잘하고 상을 받고 회장이 되고 친구들을 몰고 다니는 아이들. 학교 졸업식 때 가보면 유독 한 아이가 여러 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보통 전교1등 하는 아이들이다. 어찌보면 학교는 보통 평범한 아이들에게 열등감과 소외감을 더 부추기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책 ‘엑스트라’의 주인공 신혜 역시 그런 친구다. 신혜는 자신을 힘들게 하고 존중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해보지 못하고 되려 자신이 학교를 그만두고 나온다.
학교 밖으로 나온 신혜는 엑스트라 일을 하며 자신이 학교에 있었을 때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드라마를 찍으며 자신의 삶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잡게 된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너무 답답해서 책속으로 들어가 도와주고 싶을 지경인데 나중에 같은 엑스트라 서인하와 만나며 진짜 친구는 어떠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캐릭터 중 서인하의 캐릭터가 굉장히 좋았다. 밝고 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면에 질투와 시기도, 미래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도 함께 있는 입체적인 인물이라 더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작가의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 무척이나 섬세하다. 밑줄 그은 문장이 너무 많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요즘은 서사가 강렬하지 않으면 책이 잘 팔리지 않는 시절이다. 급박한 전개, 다이너믹한 이야기들이 주목받고 잘 팔리니... 하지만 이 책만큼은 청소년들이 꼭 좀 읽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많은 친구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신혜이니까. 다들 신혜에게 많은 공감이 갈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신혜들이 이 책을 읽고 응원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자주 생각해 봐. 내가 미래에 배우가 됐을 때를 말이야. 내 필로그래피에 수많은 엑스트라 역할이 있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건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것 같지 않아? 그런 미래를 상상한다면 이건 정말 아주 재미난 일이잖아. 지금을 버텨 내는 순간순간은 결코 쓸모없는 시간들이 아니야. 미래로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지. 내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들 모두 고마워.-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