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마다 오늘 하루는 실수 없이 넘겨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굳는 날이 많았어요. 그러고 나면 퇴근할 즈음엔 어김없이 파김치가 되어 있었죠. 그렇게 방전된 채로 서점을 서성이다가 몽테뉴의 《완벽을 포기할 때 삶은 가벼워진다》를 집어 들었습니다. 제목이 꼭 저한테 하는 말 같았거든요.
몽테뉴라고 하면 16세기 프랑스 철학자라는 수식어 탓에 고리타분한 훈계가 가득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사람, 관직을 내려놓고 성에 틀어박혀서 한 일이 고작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거창한 진리는 안 나옵니다. 대신 자기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어제 한 말을 오늘 어떻게 뒤집는지를 시시콜콜 적어놨어요.
오래 머문 건 인간이 원래 흔들리고 실수하는 존재라고 말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참고 견디라는 게 아니라, 그게 본래 생긴 모양이라는 투로요. 죽음이나 병 이야기를 하면서도 억지로 의연한 척을 안 해요. 무섭다고,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그냥 씁니다. 수백 년 전 사람인데 그 솔직함이 이상하게 낯설지 않더군요.
읽는 내내 좀 이상했어요. 저는 여태 흔들리는 걸 고쳐야 할 결함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매일 아침 오늘은 안 흔들리겠다고 다짐하고, 저녁이면 실패했다고 자책하고. 근데 몽테뉴는 흔들리는 게 사람이라고 하니까, 그동안 제가 뭘 고치려고 그렇게 애를 썼나 싶더라고요.
책을 덮고 나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여전히 실수하면 속이 쓰리고, 마감 앞두고는 예민해집니다. 다만 그럴 때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시간이 조금 짧아진 것 같긴 해요. 어차피 계획대로 흘러가는 하루는 거의 없고, 저는 매일 조금씩 삐걱대면서도 어쨌든 출근은 하고 있으니까요.
어깨에 힘을 좀 빼는 것. 대단한 깨달음은 아닌데, 요즘 저한테는 그 정도가 딱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