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실연(失戀)하다’를 찾아보면 그 뜻을 ‘연애에 실패하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실연(失戀)’이라는 단어는 영화나 드라마 문학작품은 물론 슬프게도 실제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도 흔히 쓰이고 있지만, ‘실연했다’라는 표현은 별로 들어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실연당했다’라는 표현으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줄줄 달려나오거나 만들어지며 당한 이는 물론 듣고 보는 이들까지도 그 무거운 우울감에 공감하게 만든다.

백영옥 작가는 2006년 단편소설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다. 소설집 ‘아주 보통의 연애’, 소설 ‘스타일’, ‘애인의 애인에게’등과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등의 에세이를 집필하였으며, 그 중 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을 쓰는 일이 고독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명랑한 노동 믿으며, 카피라이터, 온라인 서점 MD, 패션지 기자, 라디오 DJ, 시사 교양 프로그램 MC 등 다양한 직업을 겪은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어딘가의 소개가 인강깊다.
본 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은 2012년 처음 출간되어 꾸준히 사랑받아 온 소설로 개정의 개정을 거듭하여 13년 만에 선보이는 마지막 완결판이라고 한다. 사랑받아온 시간이 보여주는 저력처럼 소설은 영화화가 확정되어 공식 제작 발표를 마치고 작년 12월 29일 크랭크인 하였으며, 이진욱, 유지태, 금새록 주연의 캐스팅으로 올해 겨울 개봉을 목표로 촬영 중이라고 한다.

실연의 아픔을 겪은 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참석한 조찬 모임에서 자신의 실연 기념품을 서로 교환하며 서로의 사연과 아픔을 공유한다. 이미 끝난 사랑의 서사가 담담한 상실이 되고 상처가 되어버린 이들이 오전 일곱 시에 모여 조찬모임을 갖는다는 설정만으로 봐서는 이 소설이 얼마나 미스테리하고 드라마틱할 것인가 하는 기대를 갖기 충분하나, 작가는 이 흥미로운 설정 안에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간다.
그들의 격렬했던 사랑과 연애의 역사는 갑작스럽게 끝나고, 깊었던 만큼 치명적인 상실감으로 남아 상처가 되었지만 이들은 그 상처를 회복해가며 지난 과거와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내적 훈련을 거치고 마침내 사랑의 가능성을 회복해간다.
작가가 책의 말미에 말한 것처럼, ‘헤어져야 만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해지는 그 무엇이 바로 사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