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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274님의 서재
  • 대구
  • 마크 쿨란스키
  • 25,200원 (10%1,400)
  • 2024-12-20
  • : 4,630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대구 (세계의 역사를 뒤바꾼 어느 물고기의 이야기)
2024.12.17 ~ 2024.12.30 (380p)


몇 년 전 다녀온 포르투갈 출장의 첫날 일행과 함께 점심으로 현지의 전통 요리를 선택하고 방문한 식당에서 먹어 본 요리가 바로 현지 직원에게 '대구밥'이라고 소개받은 바깔라우였다. 맛이 있고 없고라는 기억보다는 평소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입장에서도 한 접시를 비워내기 힘들만큼 짰던 기억이 난다. 그 날 이후의 여정 중에도 식사 때 대구를 사용한 요리가 종종 올라와 이 나라 사람들은 대구를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이 책을 읽고 나서는 '대구'라는 어종이 그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북아메리카와 유럽 그리고 대서양과 북해를 걸친 역사와 산업,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 낸 중요한 매개체인 동시에 자연의 파괴 혹은 멸종이라는 환경 재난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주요한 상징으로도 느껴진다.

작가인 마크 쿨란스키 (Mark Kulansky, 1948~)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아마존 선정 '일생의 읽은 만한 책 100' 그리고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 셀러 작가이다. 1997년에 출간한 대구 (COD : A Biography of the Fish That Changed the World)는 국제적인 베스트셀러로 1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2006년 작 비폭력 (Nonviolence : Twenty-five Lessons From the History of a Dangerous Idea)으로는 2007년 데이튼 문학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10대 시적에는 에밀 졸라를 자신의 영웅이라고 불렀고 그의 소설을 번역하기도 하였다.


말린 대구 덕분에 긴 항해가 가능해진 바이킹의 그린란드로의 이주, 바스크인들이 비밀에 쌓인 어장에서 거두어 들였던 풍부한 어획량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소금에 절인 대구 판매 시장, 바스크인들의 어장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 후 이어진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전쟁과도 같은 어장 점유와 확대 경쟁과 대구 무역과 함께 이루어졌던 노예 매매, 스쿠너선, 증기동력, 트롤선, 공모선 등 어획 기술의 발전으로 늘어난 어획량과 항구에서 내륙으로 신속히 이동시키기 위한 항구의 철도 중심지로의 부상, 소금 절임 대구 이후 생선 저미는 기계의 등장과 급속냉동 기술의 발달로 이루어지는 소비와 시장의 증대, 아이슬란드를 북유럽의 유일무이한 어업 강대국으로 만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지는 각국의 영해선 확장과 대륙붕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통한 바다까지 확장되는 주권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구'를 둘러싼 넓고 방대한 분야의 인과관계는 인간의 삶과 문화, 산업과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런 서사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무서운 사실은 식량으로의 필요를 훌쩍 넘어, 그 이상의 부와 명예, 욕심에 눈 먼 인간들은 풍요로운 개체수를 자랑하던 바다속 물고기의 한 어족까지도 실제 멸종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이 굴하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19세기 과학에 대한 낙관주의는 남획의 위험성이 종종 우려되고 문제로 제기되었음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과 맹목적인 외면으로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무려 900만개의 알을 낳은 북대서양의 '대구'라고 해도 1000년에 걸친 사냥 기간 이후 이제는 흔한 물고기가 아니다.


대구는 그 흰 살은 물론 특히 일미라고 하는 혀와 볼이 있는 머리 부위와 날 것으로나 훈제로 먹는 알, 위, 창자, 간, 이리까지도 먹으며, 껍질도 아이들 간식이나 가죽으로 가공하여 사용한다. 부레도 튀기거나 끓여먹거나 부레풀을 만들어 산업용 접착제나 정화제로 사용하고, 내장과 뼈는 훌륭한 거름이 되어 준다고 한다. 10개의 과(科)에 걸친 200종 이상의 물고기로 본서의 주인공인 북대서양 대구를 필두로 커스크대구, 링대구, 헤이크대구, 화이팅대구, 그리고 폴락대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야말로 씨가 마르고 있고, 언젠가는 씨가 말라 멸종할 수도 있다.

위대한 인물이나 결정적인 사건만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구'라는 물고기 하나를 소재로 들려주는 마크 쿨란스키의 길고도 방대한 역사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로웠고, 세계지도를 펼치고 생소한 북아메리카와 대서양의 반도와 섬들의 지명을 찾아보며 읽어보면 더 이해가 쉽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우리 인간의 행동에 따라 영영 소멸되어 버릴 수도 있는 자연과 환경 속의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그를 어떻게 보존하고 지켜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는 진지하고도 현실적인 메세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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