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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274님의 서재
  • 무지의 역사
  • 피터 버크
  • 19,800원 (10%1,100)
  • 2024-09-30
  • : 1,501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지의 역사]

피터 버크

2024.11.09. ~ 2024.11.18

 

표지가 담고 있는 일러스트는 피렌체의 보볼리 정원에 있는 사카마조네(Saccomazzone) 선수 조각상을 제작하기 위해 그려진 1789년의 스케치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만, ‘사카마조네’라는 게임은 그 시대의 농부들 사이에서 꽤 유행했던 게임으로 참여하는 두 사람은 모두 눈가리개를 하고, 한 손으로는 매듭을 맨 천 조각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낮은 받침대에 고정시킨 채 누가 더 많이 상대방을 때리느냐로 승패를 결정하는 게임이다.

 

두 눈을 가린 채 상대방을 타격한다는 단 한가지 목적만을 갖고 게임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그저 무지한 상태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행태와 닮아 있는 것 같다.

 

저자 피터 버크(Ulick Peter Burke, 1937~)는 영국의 역사가이며 교수이다.

그는 유럽 근대 초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문화사 전반에 걸친 연구와 함께 현대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역사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역사가로 명성이 높다. 다국어에 능통한 덕에 유럽과 관련된 상당 부분의 정보를 통합하는 업적을 이루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의 저서를 널리 퍼뜨리는 데도 성공했다. 저서들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현재는 케임브리지대의 가장 큰 단과대학의 종신 석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룬드, 코펜하겐, 부쿠레슈티 대학에서 명예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무지는 '지식이 없는 것'을 말하는 만큼 하나의 이야깃거리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내 친구 또한 이런 주제의 책이라면 빈 페이지로만 가득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p10

 

들어가는 글의 첫머리에 저자가 이야기 한 것처럼 무지라는 것에 대해 논한다는 것은 생각의 범위 밖이다. 무지라는 것은 비어있는 상태이며 지식이 있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에는 일종의 흠결과 같은 상태라고 배워왔기에 그 빈 공간에 어떻게든 지식을 채워 넣어 무지라는 개념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무지'라는 것은 있지만, 없애거나 없어져야 할 것이었다.

 

책은 '1부 사회의 무지'를 통하여 일반적인 무지의 개념 그리고 무지에 대한 학문적 연구의 역사와 함께 철학과 종교, 과학, 지리학에서의 무지란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2부 무지의 결과'에서 이러한 무지가 전쟁, 비지니스, 정치, 자연재해, 질병과 의학 등 수많은 분야에서 실제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수많은 역사적인 사례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 설명하는 무지의 의미와 여러 종류의 무지는 책에서 종종 거론되는 후향적인 방식으로 명명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무지용어사전의 단어들은 그 단어 자체로 고유의 의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무지로 인한 상황이나 배경, 결과에 따라 그 이름으로 명명된 것으로 보인다. 요컨데 'OOO무지'라는 단어의 ‘OOO’는 무지가 어떤 결과를 도출하게 된 원인이 되었을 때 그에 맞게 이름 지어 졌을 뿐 일반적인 단어처럼 단독으로 통용되기에는 모자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전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의 기자회견에 등장하는 ‘알려진 지식(known Knowledge), 알려지지 않는 지식(unknown Knowledge), 알려진 무지(known unknowns), 알려지지 않은 무지(known unknowns)’들과 같은 단어들은 특정한 상황이나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일상적으로 쓰이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2부에서 거론되는 수없이 많은 무지의 결과를 통해 본다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공통적인 유형의 무지로 인해 큰 재앙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기에 무지용어사전에 등장하는 무지의 종류와 의미들은 무지로 인한 사건들을 분류하는 기준으로서의 의의는 가질 수 있겠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무지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부작위와 같은 의미에서 어떤 결과만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는 사실일 뿐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무려 60페이지에 달하는 각주들은 대부분이 인용된 사료와 논문, 연구자료 등에 대한 출처를 밝힌 것으로 책은 실제 수많은 사례들을 목차에 맞게 묶어 나열하고 있다. 관념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이나 분석은 최소한으로 서술되어 있고 이후 짧은 사례들을 여럿 반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각을 체계화 하기 위해서는 여러번 다시 읽고 곱씹어보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연이은 사례들을 반복하여 접하는 것으로 어느새 무지의 유형들과 그 의의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무지의 정의가 무엇이고 무지의 종류들이 각각 무슨 의미이건 간에,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기억해야 할 명제는 분명하게 남았다.

 

역사적으로 많은 재앙들은 인간의 무지와 함께 오만이 합쳐져 생겨났다. 앞으로도 무수히 생겨날 새로운 지식들은 계속하여 새로운 무지를 낳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그 유명한 말처럼 각각의 대상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무지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스스로의 무지는 물론이거니와 스스로의 지식에 대하여서도 오만함을 갖지 않고 삶에 임하는 태도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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