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생각한대로살지않으면사는대로생각하게된다
  •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이민영 글.사진
  • 13,500원 (10%750)
  • 2011-04-30
  • : 154

두 달 동안 메콩강을 따라  2,850Km 길을 여자 혼자서 떠난 자전거 여행의 기록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관광으로 분류되는 단순히 패키지 여행이 아닌,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직접 그 곳을 체험하는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단체 여행보다는 직접 여행하고자 하는 코스를 계획하고 숙소 및 식당도 직접 선택하는 여행을 해야 한다. 가장 손쉽게 떠오른 것은 두셋이서 떠나는 자유배낭여행이 대표적인 경우다.

20대 대부분을 미친바람처럼 떠돌았다는 저자는 30대에 이르러 가슴속에 '사무침'이라고 할 만한 단단한 덩어리같은 것이 느껴졌고, 그 사무침이 화두를 잡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혼자 새로운 땅, 새로운 하늘을 내 속도로 천천히 헤쳐나가는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하고자 계획한 여행.

 

자전거 여행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고 자전거 여행애호가들은 말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전거를 못 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뿐. 해서 자전거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여행서로 만나보기에 가장 맞춤인 여행인 셈이다.

 

지난 겨울에 베트남에 사는 친구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방문했었다. 10여년 전부터 베트남, 라오스, 태국 일원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인데, 비수기 철에 한번씩 귀국을 하여 불시에 친구들을 만나곤 다시 베트남으로 떠나곤 했는데, 이번에는 지난 번에 다녀가고는 거의 2년 만의 해후였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일테면 금발머리의 서양인이 싼값에 태국에서 티셔츠를 제작하여 일본에서 그 옷을 팔고 (일본인들은 같은 옷이라도 금발의 서양인이 판매하면 너도나도 잘 사준다고 한다!) 돈을 벌어 한 동안 일하지 않고 동남아시아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놀러다니는 삶을 그 친구도 추구하는 것 같았다. 글로벌화 되어가는 세계속에서 새로운 삶의 모습이라고 할까. 나는 그리 반갑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런 유형의 삶도 본인의 선택이니 어찌할 것인가.

각설하고, 그 때 그 친구는 메콩강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었다. 메콩강은 티베트에서 발원하고 있는데,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라오스 사람에게는 거의 생명줄에 해당하는 강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중국에서는 메콩강의 상류를 막아 댐을 건설하여 자국의 이익을 꾀할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점점 개발의 바람이 불어와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아름다운 라오스를 만나고자 한다면 그 여행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그 친구는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상당히 암울했던 기억이 떠올라, 메콩강가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메콩강가를 따라서 황토먼지를 뒤집어쓰며, 문명의 때를 타지 않아 신비롭기 그지없는 이국의 풍광속으로, 끝없을 것만 같은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오로지 자전거만을 친구삼아 달리는 그 호젓한 길, 때로는 히치하이킹을 하기도 하고, 버스에 타기도 하며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를 여행한다.

그 길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며, 다양한 세계관을 소통하면서 세상을 다각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가치관의 확장을 가져오며,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마음이 공허한 사람들, 인생의 위기에 부딪힌 사람들, 자신을 바꿔보고 싶은 사람들은 인생의 기로에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이들의 내면의 상처와 공허함은 사회구조, 문화변동, 가족의 역사, 사소한 개인의 선택같은 복합적 요소들이 얽히고 설킨 것인 만큼 치유하기란 쉽지가 않지만,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내딛는 행위 자체가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희망을 품고 있기에 이미 밝다.

 

그렇다, 인생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이처럼 주고받는 과정을 즐기는 것 아닐까. 햇볕 한 움큼에 기뻐하고, 물 한 컵에 감사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길 위에서 느낀다.(p165)

여행은 철저히 혼자가 되는 작업입니다.(p179)

혼자 있을 때만 찾아오는 이 생생하게 깨어 있는 감각, 내면으로 응집된 섬세하고도 완전한 에너지, 고용하고 차분하게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좋다(p184)

세상이 힘들어도 나이를 먹어도 최선을 다해 자신과 세상을 발견하며 삶에 감사하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값진 경험이다.(p117)

 

자전거 여행은 느린 여행이다. 느린 여행은 작은 것 하나하나를 깊이 생각해보고 의문을 품을 시간을 준다. 쉽게 스쳐지나갔을 풍경을 멈추어 지긋이 바라보게 하고, 공기와 바람결을 느끼게 하며, 정해진 코스가 아닌 곳, 뜻밖의 장소에서 계획하지 않았던 여행의 기쁨을 맛보게 하며, 사람냄새 진하게 나는 웃음을 서로가 짓는 순간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는 자전거 여행을 통해 익숙한 일상이 끊어진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각과 새로운 생각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모든 것이 낯설고 불편할 때 삶에 더 감사하게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고 고백한다.

이 세상을 건너는 법은 그녀에게 있어서 주어진 삶을 풍요롭게 즐기며 놀고, 항상 새롭게 자신을 재창조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바람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자전거 여행을 통해서 그녀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기에.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