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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그리기님의 서재
  • 사회적 원자
  • 마크 뷰캐넌
  • 15,750원 (10%870)
  • 2010-08-14
  • : 2,571
제목부터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듯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드는 책.
최근 들어 당연한 분야로 여겨지고 있는 사회과학
서적인 이 책의 제목 ‘사회적 원자‘는 우리들, 인간을 의미한다.
물리학에서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
마찬가지로 사회를 이루는데 최소단위이자 기본 요소이기도 한 인간 역시 원자라는 전제 하에, 사회에서 자주 혹은 가끔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에 대해 사회적 원자인 인간들의 행동 방식을 물리학적 해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을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존재라고 생각 해왔고, 동물에겐 없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높은 지능으로 인해 최상위 생명체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한 기본 개념 위에서 발전해온 지금까지의 사회학은 인간의 높은 이성과 자유의지를 모든 이해의 전제로 삼았고,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들, 심지어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이상한 패턴들에 대해서조차 인간의 합리성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해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이전 사회학의 전제 자체부터 잘못 되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다른 모든 생명체들과 똑같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일 뿐이며, 모든 물질이 그렇듯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라는 것.
그러므로 세계의 여러 사회에서 나타나는 경제, 사회, 문화적 모든 현상의 답은 물리학의 법칙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일으키는 사회현상의 이해를 물리학의 법칙에서 찾아야 한다니!
선뜻 이해하기 어렵고 어이 없는 비약같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저자의 이 논리는 이미 과학자들과 사회학자들 모두에게서 인정받은 것이며, 물리학의
법칙으로 인간 사회 현상의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한다.

책은 9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인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부터 이전의 사회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인간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현상들을 소개하고, 그 패턴을 일으킨 인간이라는 원자들의 특성을 물리 법칙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 해준다.
매 챕터마다 각 주제에 맞는 명언으로 시작하고, 사회학적으로 인상적이거나 충격적인 사건들(인종 전쟁, 주가폭락, 빈민가 재건 등)에 대한 인간들의 행동 패턴과 심리변화, 경향 등을 물리 법칙의 관점에서 알려주고 있다.
이 모든 이해의 출발은 인간이 우리 생각보다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존재가 아니며, 원자들처럼 단순하고 쉬운 패턴으로 행동 한다는 것.
그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소개한 사회과학자들의 여러 실험 결과들은 정말 놀랍고 흥민진진하다.
특히,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지만(몇년전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였다) 친절하고 선한 쪽으로 자기 조직화 하고 서로를 모방하며, 개체수가 많아져 집단으로 갈수록 더 선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결과는 성선설을 믿는 내게 큰 위로와 안도감을 주었다.
그외에도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지를 보여주는 1.1달러 계산법과 숫자게임,
부의 불펑등을 정확히 설명 해주는 수학 수치,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인 모방능력을 드러내는 설명키 힘든 폭동과 전쟁,
집단 안전성 때문에 어제까지 이웃이자 친구였던
이들을 살해하고도 죄책감이 없는 사람들과
그런 인간의 마음을 색깔의 분리만으로도 자극해
폭동과 전쟁을 부추기는 악한 정치가들에 대한
사례들은 저자의 주장처럼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약하고 불안하며 단순한 존재인지를 이론의 여지 없지 인정하게 만든다.
또, 인간이 물리학적 법칙에 충실히 따르는 원자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증명 해주는 여러 실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흥미를
배가 시킨다.
정재승 박사의 ‘열두 발자국‘을 읽을때도 그랬지만 인간의 심리 테스트 실험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 있는듯.^^
(특히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속임수나 악행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라니. 역시 인간은 정의로운 존재인 거다. 성선설 만세!)
가장 인상적이었고 통쾌했던 건 수학적으로만 세상을 이해하려는 경제학자들의 편견과 무능함을 지적하고,
돈의 분배 실험을 통해 경제학 전공자들이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했음을 꼬집으며 국가정책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조언하는 현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부분이었다.
그와 반대로, 세상의 부가 소수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물리 법칙과 그것을 증명하는 수학공식이 있다는 부분에선 빈익빈 부익부가 사실이었음을 다시 확인 했기에 어쩔수 없이 서글퍼졌고..

결국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과 사회적 패턴들은 인간의 고귀하고 높은 이성으로 인해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원자로 구성된 물질인 인간의 자기 조직화와 모방욕구, 선을 추구하는 DNA 등의 단순한 몇가지 조건들이 물리 법칙에 의해 서로 작용 함으로써 일어난다는 것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회과학 논리다.
이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인간은 너무나 불안정하고(자유의지라는 말로 포장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비합리적인 존재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먼지나 티끌처럼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 뿐인 우리가 높은 이성으로 지구를 정복한 최상위 포식자라는 착각에 빠져 함께 사는 환경을 파괴하고, 동식물을 멸종하게 만들며 심지어 전쟁으로 서로를 죽이고 있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한심한 짓인지..
물리학의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이 책을
읽고 그들 중 하나인 나는 인간으로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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