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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그리기님의 서재
  • 과학하고 앉아있네 3
  • 원종우.김상욱
  • 6,750원 (10%370)
  • 2015-07-15
  • : 1,804
격식이나 품위와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먼 제목부터 완전 취향저격.
제목 그대로 과학을 쉽게 알려주는 인기 팟캐스트의 내용을 책에 실었다. (진행은 앉아서 할테니 과학하고 앉아있는 게 맞다. 누가 이런 기막힌 제목을..ㅋㅋ)
이과 출신이고 고교시절 성적이 상위권이었음에도 물리나 화학, 미적분 등의 단어만 들어도 거부감이 마구 솟아오르는 내가 과학이론이 궁금해 책을 샀다는 건 정말 해가 서쪽에서 뜰 일.
그만큼 기대가 큰 책이었다는 거다.

어쩌다 보니 최근에 테드창과 김초엽, 황모과 작가등의 과학소설을 연달아 읽게 되었는데, 양자역학을 소재로 한 단편들이 자주 나와 내심 궁금하던 참이었다.
지난주 ‘뉴턴의 아틀리에‘를 읽다가 저자인 유지원씨가 공저자인 김상욱 교수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이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 부분을 읽고는 바로 주문했다.
요즘 읽었던 다른 인문학 도서들에 비해 현저히 얇은 책 두께도 두려움 없이 읽게 만들었던 요인.^^
팟캐스트의 방송 내용을 정리한 책인만큼 대화체로 기술되어 있는데다 최대한 비전공자들을 위해 쉽게 설명 되어있어서 이제껏 읽은 어떤 책보다 양자역학의 개론을 무리 없이 이해한 느낌을 준다.
전에는 양자역학이란 그저 영화나 소설의 흥미로운 소재 중 하나인 평행세계 이론의 바탕이 되는 과학 원리라는 뜬구름 잡는 정도의 어설픈 이해였다면, 우주를 이루는 모든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부터 시작된 김상욱 교수님의 ‘콕 집어 알려주는‘ 설명을 통해 양자역학이 어떤 원리인지, 신비스럽고 불확실한 동시에 가장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모순적 이론이 왜 그토록 중요한 과학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아인슈타인은 왜그렇게 양자역학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반대 했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얇은 책 한권을 통해 이세상 어떤 과학자도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양자역학의 개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는 잘난척을 할 수 있게 된거다.
(게다가 너무 많이 들어서 익숙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잘 몰랐던 슈뢰딩거의 고양이나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등에 대한 뒤늦은 이해까지..)
자신이 아는 것보다 남에게 설명하는 것이 백배 천배 어려운 일이라는데, 그런 의미에서 김상욱 교수님은 정말 대단한 물리학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뉴턴의 아틀리에‘를 읽는동안 물리학자가 어떻게 미술에 이렇게나 조예가 깊고 남다른 통찰력까지 지녔을까 감탄을 넘어 질투가 날 지경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어떤 학문을 지극한 경지까지 통달한
고수들은 다른 분야의 높은 경지에도 쉽게 오를 수 있다던 말이 떠올랐다.
모국어 외에 두가지 이상의 외국어를 터득한 사람은 열개 이상의 외국어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논리. (그저 부럽고 부러울 따름)
양자역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물리학자가 되고,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를 넘어 다양한 장르의 지식까지 터득하는 그 열정, 더불어 자신이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효과적인 설명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알리려는 학자적 노력이 한없이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양자역학 사랑에 영향을 받은 때문일까?
왜 그렇게 많은 소설들과 영화, 드라마들이 양자역학의 원리에서 비롯된 평행세계와 다중세계의 이야기들에 빠져있는지 너무나 이해되고, 나 역시
그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고싶다는 욕심이 마구 마구 샘솟고 있는중.
뭔가를 어설프게 아는 교만이 이렇게나 무섭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과학이 이렇게 쉬울 수 있는 거라면 아직 어설프게 알고있는 다른 이론들도 하나씩 다 공부 해볼까? 하는 무서운 의욕도 자꾸 커지고 있다.
일단 과학하고 앉아있네 시리즈부터 전부 독파 해야겠다.
이래서 독서는 개미지옥이라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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