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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바다님의 서재
  •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 강재훈
  • 18,900원 (10%1,050)
  • 2024-01-31
  • : 722

나무의 맨 꼭대기 우듬지가 하늘을 치받지 않고 하늘이 허락하는 대로 자라듯, 사시사철 변화에도 역정 내지 않고 순응하며 느리게 자라듯, 비를 맞고 눈을 맞으며 하나도 안 자란 듯 겸손하게 자라는 나무처럼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면 내가 먼저 나무가 되자. 그렇게 되면 길 위에서 어떤 나무를 만나든 나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나무에 대해 관심이 커진 뒤 나무 사진도 열심히 찍게 되었다. 잘생기고 유명한 나무보다는 이름 없는 들에 이름 없이 혼자 선 나무에 눈이 더 가기 시작했다.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p72~73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집앞 버스정류장에 나갔던 강재훈은 영문도 모른 채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끌려갔다. 그들은 설명한 틈도 주지 않고 무작정 강재훈을 때렸고 삼청교육대로 끌고 갔다. 다행히도 통사정을 하여 강재훈은 풀려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의 삶은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었다.

대학생활 동안 대통령이 세번이나 바뀌었던 격동의 시기에 청년 강재훈은 생각과 느낌과 존중을 잃어갔다. 그러다가 가야산 백련암에 올랐고, 그곳에서 "남을 위해 기도하라!"고 재차 일러주신 큰 스님과 만났다. 그때 강재훈은 '화두는 못 풀더라도 나무처럼은 살아보자!' 라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한다. 그때 가슴에 담은 말이 '나무는 서 있는 사람이고 사람은 걸어 다니는 나무'이다.

나무처럼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자신이 먼저 나무가 되자는 마음. 이름 없는 들에 이름 없이 선 나무에 눈이 더 가기 시작하는 마음은 그를 '걸어다니는 나무'로 만들었고, 길 위의 나무들과 친구가 되도록 했다. 나무의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하지만 나무와의 대화가 더 즐거울 때가 많다는 작가의 마음이 이 사진 에세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기술이기에 앞서 오래 지켜보는 애정이 아닐까.

사진 에세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에는 작가의 전시회에 걸렸던 작품들 중 100여 컷의 사진과 함께 사진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를 함께 실었다. 이름 없는 곳에 있는 이름 없는 나무들은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새로운 인연으로 태어났다.

사진가이자 산림 교육 전문가인 강재훈은 《한겨레》 《한겨레21》 《씨네21》 사진부장과 한국사진기자협회 김용택사진기자상 이사장, 국회 미래연구원 미래사진전 책임 사진가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진 집단 ‘포토청’ 대표, 서울 광진마을기록단 대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30년 이상 신문사 사진 기자로 근무하면서 ‘한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 ‘올해의 사진기자상’ ‘이달의 보도사진상’ 등을 수상하는 등 여러 이력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100여 곳이 넘는 작은 분교와 그곳에서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사진으로 기록했던 이유로 ‘분교 사진가’라는 별명이 붙었다. 분교를 찾아다니며 작가와 나무의 인연은 더욱 깊어졌고 더 많은 나무 친구들이 생겨났다.

이 책의 처음도 진동분교를 찾을 때마다 눈에 들어왔던 나무 친구와의 인연으로 시작된다. 십수 년의 인연과 작별 인사도 없었던 마지막까지. 작가의 사진과 글을 보고 있으면 추억과 회환의 감정이 동시에 몰려드는 것만 같다. 자신에 대한 존중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 숨가쁘게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도 '걸어다니는 나무'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며, 길 위의 이름 없는 나무에 오래도록 시선을 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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