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당시 세계 질서를 전복하는 나라다. 노예의 울부짖음을 듣고 해방시킨 하나님은 소수의 권력자들의 도구에 불과했던 노예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세우시고, 그들과 언약을 맺으셨다. 그 언약의 기본은 거룩함이었다. 그 거룩은 약자를 향한 환대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들 역시 군대와 힘으로 강성한 나라를 원했고, 왕과 귀족은 수많은 백성들의 것을 빼앗으며 그들을 고통스럽게 했고, 제사장들은 그것을 정당화 시켜줬다.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예언자들이 숱하게 경고했던 것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경고였다. 수천년 전 인간의 취급을 받지 못햇던 숱한 약자들 역시 하나님의 귀한 피조물이라는 것이 구약 곳곳에 담겨져있다. 여성 역시 마찬가지다. 인구수에 포함되지 못했고, 재산으로 분류되었을 당시 하나님 나라는 성별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꾸준히 역설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중 신약 시대, 예수님의 시대에 예수님을 만난 여성, 예수님을 가르친 여성, 예수님을 따른 여성 등을 기록하며 차별 없는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남성과 여성 사이엔 차별이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21세기에도 페미니즘이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 되었지만 여전히 동등하지 못하다. 100년전만 해도 선거권도 없었다. 하물며 2000년 전은 더 말할 것도 었을 것이다. 그 때에 예수님의 행적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예수님이 일으킨 각종 기적에는 환호하는 현대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래서 평범하지 않다.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 그러나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리고 2000년 전에 있던 이야기에서 발견한 원리들을 옛날 이야기로 묵히지 않고 21세기 현대로 끌고 온다.
"예수는 우리에게 여성의 아픔과 고통에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관심을 요청한다. 우리 사회에 의료비 문제로 고통받는 여인은 없는가. 질병 문제로 종교 생활에서 소외당하는 여성은 없는가"
예수님의 일대기가 복음서에 주로 있다보니, 복음서에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주된 목소리다. 이 복음서에 비유가 많다보니, 비유에 대한 해석이 많은데, 그동안 한국 교회에서 오용했던 비유들을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많은 여성이 성경에 있었는지 새삼 놀라게 될 것이다. 죽은 소녀, 하혈증 여인, 사라미아 여인, 간음한 여인, 시몬의 장모, 시로페니키아 여인, 마지막 동전 두 닢을 헌금하는 과부, 성 노동자 여성, 기름 부은 여인, 열 소녀, 끈질기게 간구하는 과부, 여성 제자들, 제베대오의 어머니, 마르타와 마리아, 예수의 어머니와 자매에 이르기까지 복음서에만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나온다.
가난한 자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낮은 곳을 향해 걸어가셨던 예수님의 시선에 당시 사람 대접 받지 못한 여성과 그들의 고된 삶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이 책은 그래서 반갑다. 예수님이 주목한 사람들에게 주목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교회도, 독자들도 21세기에도 여전히 차별받고, 소외된 채 신음하는 여성들이 보이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아니 이 책을 꼼꼼히 읽는다면 분명 보이고, 들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