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면서 젊은 세대를 생각했다는 저자.

허투루 내뱉는 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그 첫 번째는 지은이가 직접 번역한 마태복은 본문이다. 교회 안에 오랜 표준 성경으로 자리잡은 "개역개정판"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와는 거리가 멀며, 현재 3,40대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저자의 번역을 사용하여 명확하고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 번역의 수고로만으로도 젊은이들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젊은이 뿐 아니라 모든 독자들을 향한 배려도 엿보인다. 아니 당연한 것이지만 현재 한국교회에서 당연하지 않아서 더 가치있어 보인다. 원래 목회자는 좋은 번역자라고도 한다. 성경은 매우 오래전 기록된 책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는 매우 다른 지리적, 문화적, 기후적, 역사적 배경을 지닌 지역에서 기록된 책이다. (성경은 흔히 오해하길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도 아니고, 신의 음성을 직접 듣고 쓴 책도 아니다.) 따라서 신학자와 목사는 당시의 역사적 성황을 공부하고, 성경을 기록한 문법, 문체, 단어 등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해가 없도록 설명하는 번역자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이렇게 해야한다는 사실보다 오히려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어버리는 일들이 비일 비재한 것이 현재 한국 교회의 큰 문제다.) 그 어려운 일을 저자는 해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성경의 내용을 그린 그림을 배치하여 해당 본문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부분은 책 자체를 지루하지도 않게 할 뿐 아니라, 그림과 글을 이용하여 본문을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램브란트, 성서를 그리다]라는 책을 썼을만큼 성화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 같다. 저자의 이런 능력을 이 책을 통해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기독교 외에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마태복음을 설명하지만, 실상 기독교 신앙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신학적인 내용도 일상의 언어로 쉽게 표현하면서 중요한 것만 뽑아내서 설명하는 이 책은 2,000년 전의 상황을 무시하고, 문자 그대로 내 맘대로 받아들여 '영적'이란 수식어로 표현해서 뇌피셜을 남발하는 (부끄럽지만) 너무나 많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멈춰버린지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웃의 고통에 둔감하고, 공공성을 상실한 채 개인의 안위와 개인의 구원만 외친 한국 교회는 방역의 걸림돌이 되었고, 지난 세월 잘못 쌓은 지식에 대한 처첨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 큰 탐욕으로 자본을 하나님으로 둔갑하여 도대체 세상과 무엇이 다른지 보여주지 못하는(오히려 훨씬 더 못한) 부끄럽고 답답한 요즈음, 현 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며 전복하는 예수가 보여주는 하늘 나라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뼈아프게 제시하고 있다.
종교를 갖지 않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며, 교회는 어떤 곳이고, 예수를 따른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쉬우면서도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자정 능력이 상실된 지금, 교회 밖에서라도 교회가 왜 이러면 안되는지 이 책을 근거삼아 아프지만 정확하게 꼬집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그 꾸짖음을 단순히 안티 기독교라고 치부하지 않도록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잘못을 바로 잡고, 다시금 돌이켜 예수님이 가신 길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