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자료도 많고, 해석도 다양한 근현대사는 가르치기도 배우기도 껄끄러운 존재(?)였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기말고사에조차 거의 나오지 않았고, 수능에서도 출제빈도가 매우 적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며 가장 근거리에 있었던 시대였지만 가장 잘 모르는 시대이기도 했다.
이 책은 1842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그러니까 약 280여년의 역사를 시간 순으로 기술하고 있다. 조선 말, 일제강점기, 해방 후 그리고 한국 전쟁,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와 민주화 운동, 그리고 오늘날 평화로 가는 길까지 숨가쁘게 달려간다.
그만큼 많은 사건이 나열되어 있다. 그 어떠한 내용도 두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을만큼 압축적으로 정리되어 있지만, 사건의 전후 사정과 의미가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시기 별로 저항했던 민초, 시민들의 역사를 그때 그때 연결시켜서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학부터 촛불 혁명까지 말이다. 다만 '어린이를 위한'이라고 되어 있는데, 압축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챕터 시작할 때 있는 연표다. 짧지 않은 시간을 기술하고 있고, 많은 사건의 연속이어서 길을 잃을 수 있는데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도와주고 있다. 연표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알려주고 그 연표의 순서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챕터가 시작할 때마다 그 챕터의 내용을 가장 대표하고 있는 그림은 한 챕터를 시작하고 마칠 때마다 내용을 다시금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요즘 아이들이 한자 세대가 아닌 만큼 어려운 단어들에 대한 설명에 표시가 되어 있고 여백에 잘 설명되어 있다. (다만 오타인지 표시는 되어 있는데 설명이 안 되어 있는 단어들도 있다.)
특징 훈 하나는 해방 후 3년에 대한 여러가지 시각 중 여운형을 중심으로 한 역사서술이 돋보인다.
그리고 근현대사 책중에서 북한에 대한 서술도 적지 않고, 부정적으로만 서술하고 있지 않다. 특히 불순한 용어로만 알고 있던 단어들의 원래 의미를 말하고, 그러나 그 의미가 어떻게 퇴색되었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북한과의 통일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언어와 그들의 상황을 무조건 타도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하는 것은 통일 그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영웅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의 백성, 시민들의 일상의 수고와 헌신을 수면 위로 올려났다. 특히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빠지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역사의 변두리에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우리 역사의 가장 중심적이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짜 역사가 아닐까 싶다. 역사의 도구와 수단이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를 만들어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촛불을 들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꽤 좋은 책이 나왔다. 다만 아이들이 읽기에는 등장하는 사람도, 역사적인 사건도 많기 떄문에 부모들이 먼저 읽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오히려 지금의 부모들이 파편적으로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들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 그 경험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기에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