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대한 재정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할 말이 있는 듯 하다.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아동 성폭력 등 웬만한 사건들엔 무덤덤해질 정도로
사건의 잔인성은 날로 갈수록 진화하는 듯 하다.
우리 아이들이 걱정된다. 피해자가 될까봐, 그리고 가해자가 될까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이로 자라나면 좋으련만 3,40대만 해도 폭력과 차별에 대한 정의는 익숙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폭력, 차별, 다름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이럴 때 더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경계'라는 단어를 통해 존중, 폭력, 배려를 말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 그 경계 안으로 들어가거나, 누군가가 나의 경계 안으로 들어올 때는
지레짐작, 혹은 내 힘으로, 맘대로 침범하거나 허락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손을 잡는 것, 포옹을 하는 것, 함께 노는 것.
인간미가 없어보일 정도로 모든 것을 물어보고 대답을 듣고 난 후 행위를 해야한다는 것이 낯설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인간미가 아니라 서로의 경계를 인정해줄 때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우리는 개인주의는 곧 이기주의라며 전체를 위해 소수는 희생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며 당연한 것이라고 배워왔다. 아니 굳이 말과 글로 배우지 않아도 그런 인식 속에 자라왔다. 그 결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간다움이 훼손되고 억울한 일들이 빈번하게 나타났음을 이제서야 안타까운 사건으로 접하게 된다.
힘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갓난 아기부터 힘이 빠져가는 노인에게 이르기까지 내가 가진 힘이 아니라 존재로 존중받고 그들의 사람다움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낯설지만 유용한 경계선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경계를 인정하는 것은 거절을 할 수도 있고 거절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수반한다.
이를 배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거절을 하면 나쁜 사람이 되고, 거절을 당하면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 같은 우리 사회에서 거절을 하고 거절을 당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구호는 참으로 그럴싸하고 누구나 다 동의하지만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대의 경계를 인정하고 나의 경계도 존중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것은 꽤나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에게 더 낯선 이 책은 오히려 어른들이 꽤 많은 진통을 겪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결국은 나와 나의 사랑하는 자녀와 우리 가족을 지키는 보이지 않지만 꽤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