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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담쟁이의 서평들
  • 시편, 기도의 언어
  • 장 피에르 프레보스트
  • 16,200원 (10%900)
  • 2025-08-20
  • : 765

책을 읽다 보면, 문장이 나를 멈춰 세우는 순간이 있다. 장 피에르 프레보스트의 『시편, 기도의 언어』는 그런 순간이 여러 번 찾아온 책이었다. 시편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시편을 ‘아는 것’과 ‘다시 만나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처음 마음에 걸린 것은 ‘거룩함’에 대한 설명이었다. 거룩함이란 황홀함이나 두려움 같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따로 떼어놓은 것’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는 말 앞에서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나는 그동안 거룩함을 너무 멀리 있는 것으로만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시편의 거룩함은 세상과 단절된 신비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쉽게 소비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구별된 존재였다. 그 순간, 내 삶 속에서도 조용히 따로 떼어놓아야 할 시간과 마음이 떠올랐다. 아무에게나 내주지 않고,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아야 할 순간들 말이다.


책을 더 읽어가며 가장 깊이 남은 것은 ‘야훼’라는 이름이었다. 시편의 하느님은 추상적인 신이 아니라, 모세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억압받는 백성을 위해 개입하신 인격적인 존재다. 이름을 가진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시편의 기도는 멀리 있는 신에게 던지는 외침이 아니라,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분께 건네는 고백이었다. 그래서 시편의 언어는 때로는 원망처럼, 때로는 탄식처럼, 또 어떤 순간에는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솔직하다. 그 모든 언어를 허락하시는 분이 바로 ‘살아 계신 하느님’이라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해 또렷해졌다.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영광’에 대한 해석은 내 시선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영광은 높은 곳에서 번쩍이는 빛이 아니라, 세상 안에 머무르며 드러나는 현존이었다. 하느님의 영광은 특별한 장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한가운데 체류한다. 슬픔 속에서도, 불안 속에서도, 기도의 언어가 멈추지 않는 그 자리에서 하느님은 여전히 계신다.


『시편, 기도의 언어』는 시편을 다시 기도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시편은 잘 믿는 사람의 노래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끝내 말을 건네는 사람들의 언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언어를 끝까지 듣고 계신 분이 있다는 사실이, 오늘의 나에게도 조용한 위로가 되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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