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빵의 몸값]
이야기는 실력을 인정받은 사토시가 실수로 인하여 수사 1과에서 '붉은 박물관'으로 발령을 받으며 시작된다. 처음 출근한 날 이곳의 분위기와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걱정한다.
그러던 중 감정과 생각을 알 수 없는 관장 사에코가 그에게 1998년 발생한 사건에 대한 자료 조사를 요청한다. 사토시는 그녀의 부탁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장 상사의 지시였고 따른다.
결국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생각과 판단이 옳았고 그동안 찾지 못했던 범인을 찾게 된다. 이후 유배지로 발령받았다며 투덜거리던 사토시는 사에코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옛 상사의 부당한 행동에 분노하며 붉은 박물관에서 열심히 생활할 것을 다짐한다.
또한 사토시의 옛 상사인 이마오 마사유키가 보인 판단과 행동을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생각해 보면 자신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못까지도 덮어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사토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가 등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02.
[복수 일기]
삶이 힘들었던 교이치는 공허함을 느끼며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정말 우연히 만난 마이코의 질문 덕분에 조금씩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 결국 둘은 사랑하게 되었고 사귀게 된다. 하지만 마이코의 이별 통보로 인해 둘의 관계는 끝난다. 후에 밝혀지는 사실들을 말하면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다만 나는 과연 교이치가 마이코에게 느꼈던 감정이 사랑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이라기보다는 그가 마이코를 구원자로 생각했다고 느꼈다.
교이치는 자신이 마이코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 서로 사랑했던 사이인데 상대방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표현을 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가 정말 마이코를 사랑했다면 그런 선택을 안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최후가 안타깝거나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 03.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놓을 때까지.]
'교환 살인'이라는 소재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들은 어떤 관계일까?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관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중 한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교환 살인의 공범자가 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중략) 교환 살인의 공범자들은 서로 신뢰 관계를 구축한 운명 공동체라는 점에서는 부부와도 비슷했다. 아니. 부부보다도 더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졌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부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 이혼할 수도 있지만 교환 살인의 공범자들은 헤어질 수 없는 것이다. 헤어진다는 것. 즉 상대를 배신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범죄가 발각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p.232)
나의 생각과 작가의 생각이 비슷해서 기분이 좋았다.
# 04.
[불길]
사람은 살면서 '화'라는 감정을 피할 수 없다. 이럴 때 화를 어떻게 해소하는지에 따라 본인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화를 낼 때 파괴적으로 폭발하듯이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화를 참기만 하면 언젠가는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폭발하기 마련이다. 그게 자신의 삶만 파괴할 수도 있지만 타인의 삶까지 파괴할 수 있다.
다른 이야기들과 비교하면 짧은 단편이었지만 내 취향인 글이었다.
# 05.
[죽음에 이르는 질문]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거에 학대를 당했던 사람들은 현재 자신의 가족에게 똑같은 학대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이야기도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인해 뒤틀려버린 사람의 이야기였다. 사람이 과거의 고통을 치유하지 못하면 결국 좋지 않은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과거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다면 치유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 에필로그
추리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들과 다르게 지난 증거 자료와 서류들로 추리를 하는 사에코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추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사건 현장에 직접 뛰어들고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알고 있던 전형적인 수사관의 모습은 사토시이다. 그런 사토시가 사에코에게 사건에 대한 질문을 하고 가르침을 받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사건 현장에 직접 가보거나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수사를 진행하는 사토시와 증거자료와 서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에코가 조화롭게 팀을 이뤘기 때문에 글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웠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추리 소설보다 조금 독특한 추리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불길'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