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을미사변’에 대해 생각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중학생 때 드라마 명성황후를 통해 똑똑하고 강인한 조선의 국모이자 악랄한 일본인들에게 희생당한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국사, 근현대사, 세계사를 배우며 명성황후의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에 더욱 공감했다.
물론 명성황후가 살았던 시기의 조선은 당장 망해도 이상할 것 없는 왕조였지만 당시 민씨 일족이 사치스러운 생활과 매관매직의 중심에 있을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일까? 거기에다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을 해결하기 위한 그녀의 어리석은 판단 그리고 나중에는 굿판까지 벌였던 그녀를 어떻게 좋게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일본이 저지른 을미사변은 야만적이고 우리가 잊으면 안 되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조선에서 일본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자신들과 대립하는 상대방을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인권에 대한 의식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여도 한 국가의 궁에 쳐들어와 칼로 여왕을 비롯한 사람들을 살해한 것은 야만적이고 잘못된 것이다. 특히 명성황후의 시체를 불태워 버린 잔악한 행위는 더욱 잘못된 것이다.
이는 단순하게 우리가 약소국이라 이런 굴욕과 수모를 당했다며 분노하며 끝낼 문제가 아니다. 조금 더 나아가 당시 일본인들의 제국주의적인 생각이 얼마나 야만적이고 파괴적인지 잊지 말아야 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책을 읽다 보면 일본인들이 가난과 고통에 허덕이며 살고 있는 조선인들에게 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해 주었다는 주장을 들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도와준 조선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며 이러한 사실은 다 잊은 채 요즘 한국인들이 자신들을 악인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는 듯한 말을 한다.
당연히 당장 먹고살기 힘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연결해 주면 그 자리에서는 감사하다고 말을 하지 욕설을 내뱉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선인들이 소개를 받고 도착한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대우를 받았냐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그들의 주장을 읽으며 전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인 척을 하며 자학적인 사고방식은 옳지 않다며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엉터리 교과서를 만드는 시도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며 일본 지도층의 생각과 행동이 피해자를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만약 패전 이후 제국주의 망령들이 처벌받아 지도층의 구성이 모두 바뀌고 자신들의 과오를 역사책 그리고 교육에 반영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일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아시아에서 지금보다 더 강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을미사변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을미사변과 갑신정변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도 고등학생 이후로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한 적이 없기에 구체적인 내용은 잊고 지냈지만 이러한 아픈 역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에 조금 놀랐다.
동시에 자국민들도 잘 모르는 역사를 일본인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역사와 관련된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 영상들이 많지만 여전히 역사 그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교양서적처럼 딱딱하거나 구체적인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닌 흥미롭고 매력적인 글로 역사적 사건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책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무조건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을 통해 을미사변과 명성황후 그리고 당시 일본에 대한 자료를 찾아 읽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좋은 책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