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씨의 직업 -한솔수북> 그림책 속 주인공 악어씨는 꿈이 있다.
찰랑이는 물 위에 누워 자유를 즐기는 꿈.
그럼에도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정갈한 출근 준비를 한다. 동료에게 건넬 향긋한 꽃을 안고 일터로 향하는 낭만도 있다. 마지막 반전에 몹시 놀라긴 했지만 (대저택인 듯한 출근지는 동물원) 꿈을 품은 채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악어씨의 모습이 감동이었다. 어쩌면 악어씨는 악어씨의 직업을 통해 그 일을 즐기며 꿈을 실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일터에서 그토록 익살스럽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
악어씨와 달리 직업과 분리된 또 다른 직업을 가진 저자이지만 현실에 충실하며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 딱! 악어씨를 떠오르게 하였다.
저자는 젊은 시절에 외식업을 하다가 실패한 후 현재 회사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반복되는 일상의 돌파구를 찾는 가운데 자신의 손재주와 몸을 움직여 땀 흘리는 일을 찾다가 "목공"일을 만났다 한다. 그래서 저자의 이력은 평일엔 직장인, 주말엔 목수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평 채 안 되는 베란다에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목공소를 6년째 운영 중이시란다.
1부 < 인생에도 피톤치드가 필요해>에서는 저자의 목공에 스며든 진심을 알 수 있다.
2부 < 나무를 깎고 있으면 여기가 숲>에서는 쉽고 꼼꼼한 실용적인 안내가 있다. 목공 장비. 베란다 목공소 설치 팁, 나아가 판매기술 팁 등
3부 < 나이테처럼 나이들 수 있다면>은 저자의 목공을 통한 성찰하는 삶의 태도를 만날 수 있다.
"오직 자기만의 숲을 찾아보세요. "
저자는 크고 작은 일들을 연결하여 그려진 인생의 별자리 중 가장 환히 빛나는 별이 <목공>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세한 과정은 알 수 없지만 프롤로그만 보아도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실천하며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에게 딱 알맞은 <목공>이라는 세계를 만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생활 속 한 귀퉁이에 <자그마한 세계>를 갖추어 새로운 삶을 펼쳐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당신의 삶 가까이에서 자기만의 숲을 찾아보라>고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베란다 목공소> 주인이기에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선택한 사랑을 오래도록 지키기 위해
가끔은 처음을 돌아보세요. "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52쪽
세상 어떤 일이든 시간이 흐르면서 타성에 젖기 마련이니 좋아서 선택한 일도 불같이 달아올랐다 식어가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저자도 그러한 때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때, 이젠 더 이상 애정이 없다고 성급히 돌아설 것이 아니라 좋아함이 깊어지기 위해서 첫 마음을 생각해 보라고 전하고 있다.
막연히 좋아서 선택하여 오래 가지 못한 경험들이 많다. 중년 이 즈음에 잡은 새로운 취미 몇몇은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 때때로 지루해질 때 즈음이면 좋아함을 넘어선 사랑하는 마음을 이어가기 위해 저자로부터 처방받은 "첫 마음 돌아보기"를 꺼내 볼 참이다.
" 주체가 되어 이끌어 가는 평생직업,
어떠세요? "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 135쪽
이 책의 마지막 소제목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를 보며 저자가 꼭 이렇게 질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자는 자기만의 숲을 발견했다면 끌려가는 일이 아닌 각자가 주체가 되어 이끌어가는 일, 그런 일이라면 오늘의 실행이 모여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니 우물쭈물 말라고 부추기고 있다.
<나의 2평짜리 베란다 목공소>는 저자처럼 목공을 인생 2막으로 관심 갖는 이라면 더더욱 일을 벌이기에 도움이 될 것이고 꼭 목공이 아니더라고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두렵지만은 않은 인생행로를 안내해 줄 것이 분명하다.
책을 덮고 나무의 은은한 향과 아름다운 결이 느껴졌다. 당장 주문할 목공품은 없지만 당장 뭐라도 주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베란다 목공소와 나무와 나무로 연결된 사람들에 대한 태도에서 정직하고 섬세하고 따듯한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고 숲이 좋아 선택한 일이 나는 평생직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생계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꿈을 이뤄가는 일이기도 하여 축복을 누리고 있다. 저자의 목공을 통한 성찰하는 삶을 통해 축복받은 삶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큰 아쉬움이라면 책 표지 디자인과 색채감이다. 나무의 향과 결이 느껴지는 조금은 묵직한 느낌이었다면 저자의 인생이 더 잘 드러났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