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다.
slmpje 2021/12/0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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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나의 한옥집
- 임수진
- 14,400원 (10%↓
800) - 2021-11-03
: 534
블로그 이웃의 <안녕, 나의 한옥집> 극찬 세례글을 읽고 궁금하던 차에,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를 읽고 더욱 궁금하여 안달이 났다. 마침 <꿈도 블로그>에서 서평 이벤트를 진행하여 냅다 신청하였고 덥썩 당첨되어 선물같은 그리움의 책이 내 품에 안겼다.
10여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어느 날,가슴이 먹먹하여 견딜 수 없는 향수병에 걸렸다고 한다. 지난 추억을 글로 풀어내면서 큰 힘을 얻고 다시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의 뒷간 이야기로 시작한 블로그의 <한옥일기>는 블로그 이웃들의 호응에 힘입어 계속 이어졌고 결국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많은 이의 어린 시절을 소환하여 울고 웃게 만드는 찡한 그리움의 책이 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충남 공주 아름다운 한옥집에서 살았던 10살 이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4장으로 나뉘어 1장 한옥집과 나,는 한옥집에서 살며 겪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2장 한옥집과 사람들.은 함께 살아온 가족과 이웃들의 이야기, 3장 한옥집과 공주이야기.로 한옥집 주변 거리의 특별한 장소와 인물들과 얽힌 이야기, 4장 한옥과 집,에서는 상실은 그리움이 되고 소멸은 추억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와 같은 차례 안내는 책을 열자 마자 보이지 않는다. 첫 장을 펼치면 저자의 그리움의 집, 한옥집의 가을 풍경을 일러스트로 볼 수 있다. 귀엽고 정겨운 일러스트. 썩 마음에 든다. (아쉬움이라면 책 앞부분에만 그림이 있다는 거, 띄엄 띄엄이라도 소박하고 따스한 일러스트를 넣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가을풍경을 넘기면 저자의 블로그 이름 <밤호수>를, 달이 떠오른 고요한 밤호수를 만날 수 있고, 다음으로 싱싱한 푸성귀와 열매가득한 한옥집 남새밭이, 저자의 또 다른 따뜻한 추억의 장소, 정갈한 할머니의 방, 정겨운 장독대와 동네 서점 등을 이야기와 따뜻한 일러스트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제목과 함께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그 뒤에 추천사와 프롤로그, 그 다음에 목차. 그렇게 아주 서서히 저자의 한옥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가며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한 번에 쭈욱 읽어내기 아까워 아껴 아껴 조금 씩 읽어내려갔다. 저자의 행복한 어린 시절을 아껴 읽으며 귀엽고 호기심 많은 꼬맹이가 눈에 선하여 웃음이 나왔고 이제는 함께 하지 못하는 따뜻한 손길들이 그리워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그렇게 저자의 이야기를 빠져 읽다 내 어린 시절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필통 가져와라~
편찮으셔서 집 안에서만 거동하셨던 할아버지는 학교 다녀오면 동생과 내게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필통 속 연필을 꺼내어 정성껏 가지런히 깎아주셨다. 중년이 되어가던 어느 날 문득, 연필 깎아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제서야 알았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아버지, 엄마, 남동생 둘과 할아버지, 작은 고모와 함께 살았던 집. 그 집에서의 일상들이 행복이었구나. 부끄러워 숨고 싶던 창피한 일들 조차 모두 추억이로구나. 참 따뜻한 날들이었구나.
저자만큼 풍성한 이야기 대잔치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이야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나. 눈 감으면 단락 단락 떠오르는 내 어린시절 장면들이 있다. 선명하진 않지만 웃음 가득했던 방안의 온기가 과거로 부터 전해지고, 그 따스함이 큰 위로가 되어준다. <안녕, 나의 한옥집>은 우리의 삶 속에 잊고 지내던 어렴풋한 추억을, 애틋한 그리움을 꺼내어 보게 한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며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금 되새기며 오늘을 살아가게 한다.
아. 나는 밤호수님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추억 별로 없는데...하며 아쉬워했건만, <안녕, 나의 한옥집>을 만나 차분히 앉아 눈 감으니 줄줄이 사탕처럼 끝도 없이 옛 일이, 그리움이 밀려온다.
잊혀졌던 옛 일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다시 매만지며 간직하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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