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현실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범인을 찾는 과정을 스릴 있게 담아내는 소설을 흔히 범죄 스릴러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범인이 누구인지 혹은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범인을 찾거나 범행 동기를 찾는데 모든 관심을 두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작가 질리언 매킬리스터는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이라는 작품으로 모두가 당연시 여기던 이런 공식을 깨부수었다.
눈앞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아들의 범행 장면을 본 엄마가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시점을 찾아 시간을 거슬러 가며 원인을 찾아 마침내 모든 것을 사로잡는다는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범죄 요소에 판타지를 섞는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이제까지 당연하다 생각했던 모든 범죄 스릴러의 공식을 바꿔놓았다.
그 작가의 신작이라니... 읽기도 전에 이번엔 또 어떤 파격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다.
이 작품에서도 자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경찰로서 탁월할 재능을 보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줄리아는 지금 한 여자의 실종사건을 맡고 있다.
문제는 이 사건이 미해결로 남은 또 다른 여자 실종사건과 많은 점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그 사건과 현재 사건과의 연관성을 수사하던 중 낯선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딸을 건 무서운 협박을 받게 된다.
실종자의 집에 그가 준 증거를 심어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아가도록 하는 일에 결국 따르게 되는 줄리아
그녀는 이제 진짜 범인을 찾는 건 물론이고 협박범의 정체도 밝혀내야 한다.
그것도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이번 작품에서는 자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 사람이 나온다.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경찰로서의 커리어와 자부심을 내려놓은 줄리아와 아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실종된 여자들과 연관이 있는 아들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엄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갑자기 사라진 채 돌아오지 않는 딸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아빠
스토리 전개도 이 세 사람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그들의 심리 묘사에 치중하고 있는 데 미묘한 심경의 변화까지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사건은 의외의 부분에서 반전을 보여줄 뿐 아니라 제한된 시간 안에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줄리아와 다른 두 사람이 연결되어 마침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순간까지... 아슬아슬하게 긴장감 있고 긴박감 넘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작가의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소재도 그렇고 색다른 전개와 탁월한 심리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기존의 스릴러와는 다른 시선과 괘도를 보이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